[소설] 청실홍실 (4)
“ 아들 열명 안 낳아주면 쫒아낼게야 !!! ”
마침내 가인을 경환이 정식으로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러 데려온날 전노파가 엄포라도 놓듯 그렇게 말했다. 사실 처음 가인이 인사드리러 오던날 그렇게 문전박대를 해서 내쫒았던 전노파임을 생각해보면, 두 번다시 그런 여자를 보지 않을것만 같은 기세이기까지 했는데, 뜻하지 않은 반전이 있었다.
실은 명숙이 그날 자기가 졸업한 대학 이화여대 내부의 한 방을 빌려 그런 프로포즈 이벤트를 벌이려했다가 경환이 끝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되어버린뒤 한바탕 발악을 하다시피 하던 명숙을 그녀의 친구가 집으로 연락을 취해 동생들이 급히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가긴 했지만 그것으로 마무리된 일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명숙은 한동안 대체 누굴 지칭해서 하는 말인지 ‘전부 죽여버리겠다’느니 ‘불에 태워버리겠다’느니 하는 소리를 발악하듯 외쳐댔고 심지어 식칼을 들고 집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심지어 철길로 뛰어드는 일까지 있었다. 이때 안명숙의 가족들은 신촌 인근의 한 주택가에 살고 있었는데 인근 지역에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은 폐철로가 하나 있어서 그곳으로 뛰어들려고 한 것을 가족들이 가까스로 만류하였다. 다행히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은 폐철로이길래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 아닌가. 보다못한 가족들이 급기야 명숙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전노파는 이 일을 나중에 애초 경환과 명숙의 두 집안을 연결시켜 주려했던 매파로부터 전해들었다. 매파는 이때 경환과 명숙이 그때까지는 순조롭게 만나고 있는것으로만 알고 명숙의 가족으로부터 들은 그녀의 정신병원 입원사실을 전하며 사뭇 걱정된다는 듯 ‘(앞으로 혼사 문제를) 어찌 처리하실 생각이시냐 ?’고 물은것인데 그제서야 뒤늦게 전노파가 안명숙의 정신병원 입원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원래 비록 이화여대를 나온 간호사라곤 하지만 8남매중 맏이에 심지어 아버지가 비리혐의로 구속되어 사망하여 집안이 몰락한뒤로 사실상의 가장역할을 해온 여자라는 점 때문에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