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다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2/08
드라마 '마의' 스틸컷
맨날 집구석에서 휴대폰만 쳐다보는 남편이지만 막상 집에 없으니 그 빈자리가 이리 클 줄이야.

2월 1일부터 교대근무로 바뀌었고 오늘은 야근하는 날이라 오후 5시쯤에 출근해서 달이 뜬 지금 이 시각은 우리 집에 어른이라곤 나 혼자다. 아이들은 밤 10시에 모두 잠자리에 들어 쌔근쌔근 꿈나라로 떠났고 홀로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중인데 평소라면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를 텐데 오늘은 왜 이리 적응이 안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평소에 남편 옆에 딱 들러붙어 한쌍의 바퀴벌레 같은 징그러운 모습을 연출했다면 또 모르겠다만 남편은 거실에 나는 내 방에 따로 떨어져 있는 일이 다반사이면서 오늘은 정말 왜 이리 어색한지 모르겠다. 한창 흥미로운 서사로 돌입한 내가 읽던 책도, 팡팡 터지는 게 재미있는 휴대폰 게임도, 다 보려면 죽어서도 끝내 다 못 볼 것 같은 무한한 영상이 뿌려지는 릴스도... 이 모든 게 다 즐겁지가 않다. 그저 어색해 죽을 지경이다. 원래 밤이면 조용한 게 당연한 일인데 쥐 죽은 듯 정적으로 가득한 이 공간도 참 견디기 어렵다.

내가 이리 의존적인 인간이었던가.
섬 생활의 유형을 혈액형별로 구분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MBTI가 대세던데 나 혼자 또...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