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동의할 수 없는 결말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3/04/15
※ '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
[PD저널=홍수정 영화평론가] 미리 말하고 시작하겠다. 나는 <스즈메의 문단속>에 동의할 수 없다. 여기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묵직한 모순이 있다. 물론 영화를 향한 상찬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들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상흔을 쓰다듬고,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을 그곳에 녹아있던 기억으로 위무하려는 시도는 애틋하다.

그러나 솔직히 이런 애틋함은 낯설지 않다. 일상으로 재앙에 맞서려는 태도도 어여쁘되 낯익다. <너의 이름은>에서 타임 슬립과 '기억'에 대한 테마를 제시하고, 그것을 재난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 유려하게 풀어낸 신카이 마코토. 그로부터 이다지도 낯익은 감동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풍광, 천재지변, 그리고 의식의 너머를 그려내는 작화는 눈이 부시다. 특히 도심의 맑은 하늘 위로 솟구치는 붉은 기둥 '미미즈'의 형상이 스크린에 퍼져나가는 것을 보는 경험은 황홀했다. 여기까지였다면 나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그럭저럭 무난하게 평가했을 것이다. 전작에 비해 탁월하지 않고 아쉬움도 남지만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작품이라고.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뒤집혔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한가지 가슴 아픈 아이러니가 하나 등장한다(여기서부터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나오니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다면 유의해 주기를 바란다). 세계의 구원과 스즈메(하라 나노카)의 사랑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재앙을 막는 구원자로 등장하는 소타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와 세계의 운명을 연결 짓는 '세카이계' 작품 답게, 스즈메가 좋아하는 소타(마츠무라 호쿠토)에게 구원자의 역할을 맡긴다. 이제 소타는 꼼짝없이 요석이 되어, 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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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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