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지중해 ⑤> 보스포루스, 이스탄불, 파묵과 ‘비애’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17
#.보스포루스! 지중해의 동쪽 끝, 터키의 고도(古道) 이스탄불을 동서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르는 보스포루스. 길이 31㎞, 폭 750m~3.7㎞의 좁은 해협. 이 해협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입니다. 해협은 북쪽 흑해에서 흘러온 물을 빠른 물살에 실어 남쪽 마르마라 해를 거쳐 그리스를 감싸고 있는 에게 해에 풀어놓습니다. 에게 해로 흘러 들어간 흑해의 물은 지중해 서쪽 입구, 지브롤터로 들어오는 대서양 바닷물과 함께 매순간 뜨거운 햇볕에 증발하는 지중해를 채웁니다.   
요즘에야 쉽게들 가는 터키 여행이고 이스탄불 관광이지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기대 속에서 이곳을 지나간 예전 분들은 감회가 깊었던 모양입니다. 
   
“비행기가 보스포루스 상공을 지날 무렵, 스튜어디스에게 샴페인 한 잔을 청해, 마침내 유럽으로 들어온 것을 창밖을 내다보며 자축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사이에 끼고 파도 치는 보스포루스 해안의 장엄한 낙조를 바라보면서 나는 고별인사를 하였다. 아시아여 안녕! 동양과 서양이 마주치는, 이스탄불이라는 그 상징적인 도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여장을 꾸렸다. 이제부터 정말 유럽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에 글은 어릴 때부터 유럽여행을 꿈꿨던 어떤 분이 그 꿈을 이뤄 마침내 유럽으로 가게 됐을 때 비행기가 아시아를 지나 유럽 상공으로 진입하자 그 감회를 훗날 자기 회고록(그분의 이름과 직업, 책 제목도 오래 돼서 기억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에 쓴 것이고, 두 번째 글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이 30대 초반에 첫 해외여행을 마친 후 써낸 『바람이 불어오는 곳』 앞부분에 나옵니다. 둘 다 아득한 옛날이야기입니다.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50~60년 전 이야기입니다. 유럽을 가려면 김포비행장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로 일본에 가서 외국 항공사 비행기로 갈아타야만 했던 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보스포루스는 이런 이야기들을 읽던 어릴 때부터 익숙한 지명, 언제나 설렘이 일어나는 지명이 됐습니다. 
   
그 설렘을 안고 보스포루스를 더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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