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흔적 지우기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11/09
밤이면 몰래 서리가 왔다 가나 보다. 아니면 영하에 가까이까지 기온이 내려가거나.
고추의 잎사귀가 모두 얼어 꺼무죽죽하게 변해 축축 늘어졌고 미처 따지 않은, 계절을 잊은 풋고추도 대부분이 냉해를 입었다. 며칠만 일찍 고춧대를 뽑아 잎은 잎대로 고추는 고추대로 분리를 했더라면 고춧잎을 무쳐 먹을 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이렇다. 항상 시기를 놓치거나 잊고 있다 뒷북을 친다. 사실 고춧잎 무침이 썩 맛이 있지는 않다. 그저 먹는다고들 하니 흉내내 보는 정도? 솜씨가 없어 그렇다는 건 안 비밀.

그렇게 냉해를 입어 못쓰게 된 고추를 빼고 먹을만한 것들만 골라도 라면 박스에 그득이다.
내년엔 딱 10포기만 심어야지. 철늦은 고추를 따며 다시금 다짐을 한다. 고추도 종류대로 청량고추, 이삭이, 꽈리고추 등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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