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진화신화] 우리 것을 사랑하고 계발한 김보영
2024/06/08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짧은 신화 이야기다. 2022년 김보영 작가가 써냈다. “이 소설의 첫 영감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서문에서 왔다”고 김보영은 말한다. <데미안> 서문은 다음의 말을 담고 있다.
한 번도 인간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는 개구리나 도마뱀, 또는 개미 따위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인상적인 문구다. 얼마 전, 정체성에 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타고난 기질과 환경이 중요하다. 이어서 무한대의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선택은 성취를 낳고 성취의 연쇄로 한 사람의 정체성이 공고해진다. 선택은 또한 실패를 낳기도 한다. 실패의 연쇄가 주는 그림자의 어둠은 참 짙기도 해라. 그 또한 음영이 되어 정체성을 구성한다. 희망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련다. 낙엽은 이어지는 봄날에 새 생명의 밑거름이 될 진저. 우리는 변화를 갈구하며 실패와 성공의 사슬에서 인간을 극복하기도 하고 개구리나 도마뱀 또는 개미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껍질을 깬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만물은 진화한다. 그 진화가 수 세대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시공간에 우리는 익숙하다. 하지만 김보영 작가가 창조한 어느 평행 우주 고구려에선 그렇지 않았나 보다. 혹은 우리가 아는 그 시대에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던 걸까? 그 시대 존재했던 사료들은 전혀 또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삼국이 멸망한 후 한참 후에 편찬된 삼국사기 등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그 시대를 가늠할 따름이다. <삼국사기-고구려 본기-제6대 태조대왕 실록> 중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7년 여름 4월, 왕이 고안연못에 가서 낚시를 하다가 붉은 날개를 단 하얀 물고기를 낚았다.
25년 겨울 10월, 부여의 사신이 와서 뿔이 셋 달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다.
53년 봄 정월, 부여 사신이 와서 호랑이를 바쳤는데, 길이가 1장 2척이며(대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