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후기] 책의 가성비란 무엇일까요

엄지혜
2024/04/24

에어북을 지인에게 소개하다 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싼 거 아니에요?” 저는 답합니다. “분량이 짧아서 그렇습니다. 무조건 싸게 팔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쪽 수에 맞게 정가를 책정합니다. 에어북 중에 가장 저렴한 책은 500원부터 현재 3800원까지 나와 있습니다.”
 
책값은 출판사에서 정합니다. “제 책은 무조건 2만 원으로 팔아주세요”라고 말하는 저자는 없죠. 대부분 두꺼운 책이 비쌉니다. 종이 값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사진이 많이 들어가서 4도 인쇄, 별색 인쇄를 하는 경우에도 인쇄비가 높아집니다. 그런데 전자책은 종이 값이 들지 않습니다. 텍스트가 길면 전기를 좀 더 사용하긴 해야겠죠? 
 
얼마 전 한 저자께서 그러시더군요. “그래도 (내 책) 너무 싼 것 아니냐”고요. 요즘 단행본이 보통 16,000원~18,000원이니까 갑자기 ‘0’이 사라진 정가가 어색했을 거예요. 속으로 저는 생각했어요. 저렴해서 부담 없이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요. 저는 500원짜리 에어북을 썼잖아요? 막상 내려고 보니 700원으로 맞춰 볼까 싶었지만, 500원이라서 선뜻 구매할 사람도 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출판사가 하나 있습니다. 독자로서 먼저 좋아했던 ‘유유’ 출판사입니다. 유유에서 펴내는 책은 가볍습니다. 재생종이로 책을 만드는데 종이 자체가 무척 가볍고 표지도 얇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출판사의 뜻을 모르는 독자들은 가볍고 작은 판형으로 나오는 책을 보고는 “왜 이렇게 성의 없이 책을 만드냐”고 질문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애독자들이 훨씬 많아요. 유유의 간결하고 단순한 세련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죠.) 유유에서 첫 책을 내고 한 지인으로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성비를 따지는 독자들은 애당초 이런 책을 안 봐요. 제목도 이렇게 작게 써 놓은 책을 보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책을 볼 독자들은 따로 있어요.” 앗! 제 책을 보면 제목이 작게 써 있었거든요. 가볍고요. 제가 지향하는 바였지만 막상 너무 작고 귀여우니까 사람들이 살까? 걱정되더라고요. 하지만 많이 팔리는 것보다 꼭 필요한 독자들에게 가 닿으면 되는 게 아닐까? 꾸준히 팔리는 것이 더 큰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내 글을 소중히 여겨야 진심으로 써야, 그걸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앗, 서론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새로 나온 에어북을 소개하려고 시작한 후기인데 말이죠.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엄지혜
엄지혜 인증된 계정
에디터
eumji@naver.com
29
팔로워 341
팔로잉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