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람의 마음 : RIP, 시네이드 오코너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07/27
@The New York Times, 2021.5.18.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일찍이 부모가 이혼하고 유년기를 가톨릭 수녀회의 감화원 시설인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학대당하며 보낸 한 여자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착취가 몇십년째 이어지던 1992년 Saturday Night Live TV쇼에서 이 문제에 침묵하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의 사진을 찢었다. 얼마 후 같은 쇼에서 마돈나는 "진정한 적과 싸우라"며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 조이 부타푸오코의 사진을 찢었다. 죄없는 가톨릭 신자들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그 퍼포먼스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 십자고상 목걸이를 걸고 성애 장면을 연출하거나(<Justify My Love>) 불타는 십자가 앞에서 춤추던(<Like a Prayer>) 그녀답지 않은 온건한 행보였다.

1990년 프린스의 곡 <Nothing Compares 2 U>를 리메이크한 노래는 그녀의 디스코그래피 역사상 최고 히트곡이 되었고, 그해 그녀를 만난 프린스는 "진정한 음악을 하려면 미쳐야 한다"며 그녀를 폭행했다. 그녀는 2021년 발간한 회고록 <Rememberings>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프린스가 유명을 달리한 지 5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이쯤 되면 그녀가 왜 머리를 박박 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그토록 연민하고,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쇼비즈에 활용한 마일리 사이러스에게 "우리는 단순한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는 만류의 편지를 보냈는지 이해할 만하다.

누군가에겐 복락인 것이 누군가에겐 지옥문일 수 있다. 섹슈얼리티는 반드시 그 두가지 국면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게이커뮤니티에게 섹슈얼리티가 세상과 병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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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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