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바뀌고, 열매는 익어가고, 아이들은 자란다.
습하고 끈적함에 진저리 치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정도껏 더워야지 원망이 앞선다.
영양제라도 맞은 듯 키가 자란 잡초들을 뽑고,
침대 시트를 빨아 널고,
비 오는 내내 신고 다녔던 온 가족의 신발들을 햇볕에 말리는 등의 잡일을 부지런히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나마 있던 꽃들은 세찬 비에 꽃잎들이 너덜너덜해져 아주 보기가 싫어졌다.
정원 가위를 들고 이리저리 작은 마당을 돌아다닌다.
누런 잎과 찢겨 생기를 잃어버린 꽃들도 싹둑, 웃자란 나무들도 싹둑
남편은 이런 나를 보고 가위춤을 춘다고 한다.
밤낮으로 어르고 달래며 정원을 가꾸는 동네 어르신들처럼은 못 하지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