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의 다시 사는 법 배우기] 심한 무기력에서 일어난 이야기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2/17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중, 조제

저는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우울과 무기력이 굉장히 심했지요. 그런 증상 중 하나가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입니다. 계속 자는 과수면을 하기도 하고 그냥 무기력감에 시달리며 누워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고 누워있던 어느날 저는 너무 절망스러워서 힘들더라도 세수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기어가다시피 욕실에 갔어요. 욕실에 도착해서 간신히 물을 틀고 세수를 하는데 그러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세수를 하는데 눈물이 나니까 계속 씻게 되고... 참 어떻게 보면 웃픈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든데도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면 이건 칭찬받아야 하는 거 아냐? 근데 다른 사람들은 내 상황 모르고 세수했다고 칭찬은 안 해주겠지. 그러니 나라도 나를 칭찬해주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제 방으로 돌아와 노트에 세수했음! 이렇게 크게 쓰고 집에 있던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저의 자기 칭찬일기의 시작이었어요. 저는 전에는 자기를 칭찬할 생각을 거의 못해봤고 자책이 심했어요. 특히 별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세수 같은 것에 칭찬할 생각은 더군다나 못했는데 막상 해보고 나니까 기분이 좀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조금 나아지니 힘도 조금 생겨서 인스턴트 컵밥이지만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밥 먹은 후에 칭찬일기장에 밥 먹었음!  이렇게 쓰고 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었지요.

저는 하루에 제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가지 일이나 했던 것입니다. 칭찬일기장을 바라보는 제 기분이 왠지 뿌듯했습니다. 그뒤로 저는 세수하기, 밥먹기, 샤워하기, 산책하기 등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행동을 했고 그역시 칭찬일기장에 하나하나 적었습니다. 텅 비어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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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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