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될 것 같으니 조용히 퇴직하겠습니다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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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근로 시간 외 카톡과 조용한 퇴직이 이슈다. 업무와 삶을 분리할 수 없는 지금, 직장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나?

  • 노웅래 의원이 근로 시간 외 통신 수단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한편 미국에서는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조용한 퇴직을 택한 이들은 더 소극적으로 일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번아웃에 시달린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DEFINITION_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정치계는 이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노웅래 의원 등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6조2항, 근로자의 사생활 보장 항목 신설을 주장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 전자 문서,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각종 통신 수단을 이용하여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비슷한 법안은 반복적으로 발의됐다. 2016년 신경민 의원은 퇴근 후 문자나 SNS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2016년 JTBC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해당 법안에 78퍼센트가 찬성, 17퍼센트가 반대했다.
EFFECT_ 공적인 일과 사적인 삶

공적인 일과 사적인 삶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비단 카카오톡만의 현상이 아니다. 디지털의 일상화는 업무의 영역을 개인화했다. 근로자는 주머니 속 스마트폰으로, 가방 속 태블릿 PC로, 방 안 데스크톱으로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어디든, 언제든 항상 업무와 연결됐다.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원격 근무로 인해 공간의 의미도 바뀐 지 오래다. 일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은 분리하기 어렵게 뒤섞였다. 무조건적 연결은 일의 효율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레슬리 펄로(Leslie A. Perlow) 교수는 과도한 연결과 상시 작동하는 업무 문화가 직원의 정신적 자원을 분산시킨다고 분석했다. 몰아치는 연락 속에서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주도권과 우선순위를 정하기 쉽지 않다.
REFERENCE_ 연결되지 않을 권리

프랑스의 경우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최초로 법제화돼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호출 대기’라는 개념을 도입해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있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근로시간법을 통해 근로 대기, 대기 업무, 호출 대기 모두를 규율하고 있다. 개별 기업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은 퇴근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미리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 업무를 진행하며, 이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협약을 도입했다.
CONFLICT_ 번아웃

버즈피드의 기자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밀레니얼 세대를 관통하는 특징으로 번아웃을 지적했다. 경쟁에 내몰리고,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에 대한 열정과 효능감은 쉽게 해진다. 개인의 삶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사람인의 조직 건강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퍼센트는 조직 문화와 건강도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 지시와 비효율적 회의 등 다양한 조직 문화로 인해 업무 동기 부여가 약화된다는 답변은 56퍼센트를 차지했고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질병을 앓고 있다는 답변은 52퍼센트에 달했다. 자아실현과 성장이라는 목적과는 멀어진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 갓생이라는 FOMO가 공존하는 시대에서 일과 휴식, 삶과 메신저의 유연한 공존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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