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이준영 · 박사과정 학생
2023/07/02
@pixabay 드론을 보면 마치 눈(目)이 하늘을 나는 것 같다

6년 전 필자가 이스탄불 아타셰히르(Ataşehir)의 엔사르 재단(Ensar Vakfı) 기숙사에서 머물던 시절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붕붕 꿀벌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나는 드론이 나타났다. 터키어위원회(TDK, Türk Dil Kurumu)가 영어 단어 drone 대신에 순 터키어 이름을 무인 비행물체에 지어주기로 하고 공모전을 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드론에서 꿀벌 소리가 나설까? 꿀벌 눈(arıgözü)으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하늘 나는 카메라(uçan kamera), 연처럼 날려 보는(uçurgör), 날아서 찍는(uçarçeker) 같은 기발한 생각도 나왔다. 결국 ‘하늘 나는 눈(目)’이라는 뜻으로 ‘우찬괴즈(uçangöz)’가 낙점됐다.
   
우리말에 고유 한자어, 일본에서 유입된 한자어가 많은 것처럼, 터키어에도 수많은 외래어가 있다. 이슬람 문화 영향으로 아랍어 단어가 6,467개로 가장 많다. 오스만 제국 시절 페르시아-아랍 문자로 적던 터키어는 1928년 11월 1일 문자 개혁으로 표기 문자가 라틴 알파벳으로 바뀌었고, 서양에서 들어 온 외래어를 받아적기가 훨씬 더 수월해졌다. 자음 위주의 아랍 문자로는 터키어의 풍부한 모음을 제대로 표기하기 어렵다. 
   
튀르키예 정부는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면서도 서양 문물 수입과 함께 물밀듯 들어오는 외래어를 순 터키어로 순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터키어를 배우다 보면 그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고, 톡톡 튀는 재치에 나도 모르게 감탄하여 무릎을 탁하고 칠 정도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것이 터키어의 매력이기도 하다.
   
터키어 단어로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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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에 원고를 납품하는 프리랜서 지식 노동자입니다. 러시아•시리아•튀르키예•인도네시아 등 풍부한 해외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국제정세•경제•사회문화•외국어•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출판 번역가 지망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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