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주 유괴사건에 얽힌 웃픈 이야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9/15

9월 15일의 두 범인 
 
70년 개띠 또래 이상이라면, 특히 부산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정효주'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기억 안 난다면 '효주양 사건'을 읊어 보면 과거의 문이 쉽게 열릴 것이다. 부산 굴지의 기업체 사장의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무척이나 불운한,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억세게도 운 좋은 초년을 보내야 했던 사람이다. 그녀는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유괴되었고 두 번 다 긁힌 상처 하나 없이 풀려났던 것이다. 정효주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유괴 사건이 바로 1978년 9월 15일에 일어났다.

 
남성국민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효주양은 승용차를 타고 유괴 대상을 노리던 매석환이라는 자에게 유괴됐다. 이 매석환이란 자도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체포 당시 그는 전과 9범이었는데 그 전과 이력이 매우 독특했다.   나이 십대에 벌써  매석환은 신문 지상을 장식했다. 극장 입장권 위조 혐의였다. 단성사와 국도극장 등의 영화표를 위조하여 사람들에게 팔아넘기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인기 있는 영화의 경우 4백 환을 호가하던 즈음에 매석환은 백 환이나 50환에 위조 극장표를 신나게 팔아치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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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될성부를 범죄자 떡잎의 매석환도 대학생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영화표나 위조하던 인생이 공부는 했을 리 없고, 그가 살았던 방식 그대로 대학교에 부정입학을 시도하다가 돈만 날린다. 이때 사오십만 환을 날렸다니 적잖은 타격이었을 터. 끙끙 앓던 이 엉성한 위조범은 크게 한 탕을 기획한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를 자랑했던 청와대 경무관 곽영주, 4.19 이후 감옥에 들어가 있던 곽영주의 아들 곽승근 군을 유괴한 것이다. 아이를 꼬드긴 거짓말은 무척 깜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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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네 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와. 그래서 성난 데모대가 너희 집을 둘러싸고 있어! 데모대에 잡힐 수 있으니 어서 아버지 만나러 구치소 앞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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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를 경험한 곽영주의 아들이 그림처럼 속아 넘어가기 딱 좋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승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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