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부애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11/30
내가 걷는 길 50여 미터 앞에서 오종종한 노인이 걸어온다. 지난 수요일 요란했던 첫 눈이 내린 후에 날씨가 꽤 쌀쌀하다. 밖에 나서면 마스크를 쓴다. 춥기도 하지만 흡연하는 사람 근처를 지날 때 훅 들어오는 냄새가 여간 불쾌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나는 노인을 안다. 그와 간격이 점점 좁혀진다. 아담한 키에 검자줏빛 패딩점퍼가 무릎까지 내려왔다. 모자를 쓰고 약간 고개를 수그린 채 걷는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던 노인이 누군지? 하는 표정이다. 

어르신, 저 통장이에요. 추운데 어디 외출하세요?
아하, 통장님이시네. 내 마스크를 써서 잘 못 알아 봤어요. 저, 근데 통장님 마침 잘 만났네. 거 종량제 봉투 받으려면 어딜 가야해요?
주민센터가서 받으시면 되는데 제가 받아서 전해드릴게요. 어르신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어요?
난 이사 안 갔어요. 다른 사람들 다 나갔을 때도 난 계속 있었어요.
공사 중에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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