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베다니로 가는 길(16) : 초가지붕을 단장하는 날]
2024/05/08
몇 일전부터 동네 집집마다 초가집 지붕을 가을에 추수한 새 짚으로 이엉을 엮어서 단장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김치성의 집 마당으로 동네 일군들이 몰려왔다. 김치성의 집은 본채와 사랑채는 기와집이고 마당 건너편 창고와 외양간으로 사용하는 별채 하나만 초가집이다. 이태 전에 초가지붕을 단장하고 그 후로 손을 보지 못해서 지붕이 잿빛으로 거무죽죽하다. 몇 사람은 짚단을 풀어헤쳐서 이엉 엮을 짚을 추리고 있다. 또 한사람은 사다리를 붙들고 섰고, 다른 사람은 그 사다리를 밟고 초가지붕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2년간 온갖 풍상을 맞아 빛바랜 이엉을 장정이 발로 밟으니 힘없이 으스러졌다. 푸석한 이엉을 경사진 지붕 위에서 종이를 말듯이 둘둘 말고 있다.
“이 사람아! 지붕 위에서 조심하시게!
낙상(落傷)을 당하면 큰일일세!”
김치성은 마당에서 지붕 위에서 이엉을 걷고 있는 일군에게 조심을 시켰다.
“장로님! 걱정하시지 마이소! 지가 조심조심하고 있습니더”
동네에서는 일 년에도 몇 사람씩 지붕에 올라가서 낙상을 당했다. 주로 비가 새서 지붕을 고치러 올라가거나 지붕 위에 고추나 농작물을 말리려고 올라갔다가 떨어져 낭패를 당했다. 그러면 주로 허리나 다리를 다쳐서 여러 날을 몸져누워 있어야 했다. 만약 들판에 모를 내거나 벼를 베는 바쁜 농사철에 집안의 가장이 다쳐서 드러누워있으면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구른다. 결국 집안의 부인과 어린 자식들의 몫이다. 학교를 며칠 결석하고 집안 일을 아버지 대신 해야한다.
벌써 손놀림이 빠른 몇 사람은 양지바른 담벼락 옆에 짚단을 쌓아놓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이엉을 엮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일군들의 등 뒤에서 이엉이 꾸역꾸역 쌓여가고 있다. 이 때 명호가 쌓여있는 이엉의 꼬랑지를 붙잡고 마당으로 달려가면서 길게 펼쳤다.
“아이고! 맹호가 공부도 잘하고 힘도 세구나!
오늘 밥값을 제대로 하네!”
어른들의 말에 명호는 더 신이 나서 이엉을 붙잡고 달음질을 계속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