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쿠와 세계> : 세계는, 저쪽을 향해 가면 반드시 이쪽에서 돌아오는 것.
2024/03/28
에도의 똥은 어디로?
흑백 화면. 묵은 물똥이 가득한 똥통에서 똥을 옮기는 모습이 첫 장면으로 나온다. 푸뿌푸푸뿌푸덕 똥 떨어지는 소리와 사방으로 튀는 똥. 냄새나지 않지만 냄새가 느껴질 정도의 사실적인 연출. 이렇게 똥을 정성스레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니. 곧 비가 내리며 야스케, 츄지, 오키쿠 세 명의 주인공들이 비를 피해 변소 앞에서 만나게 된다. 하필이면. 냄새나는 장소지만 그들의 소박하고 귀여운 실랑이가 똥 내음을 상쇄시킨다. 츄지는 폐지를 수거해 생계를 꾸리고, 야스케는 똥을 수거하는 분뇨 업자다. 오키쿠는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글을 가르친다.
이들에게 에도라는 도시, 똥 그리고 폐지는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극 중 시간은 1858년 메이지 유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무라이 시대의 끝물이다. 그들의 몇 마디 대사와 그들이 지닌 물건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 이 사소한 것들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러운 연출이 마음에 들었던지. 거기에 더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시대상. 어느 하나 넘치는 것 없는 연출이다.
에도의 똥은 이들의 생계를 또는 당시 소시민들의 생계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그려진다. 도시는 끊임없이 부산물을 만들어 낸다. 그 종류는 다양하고 이와 연결된 산업이 있거나 일자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생활은 또다시 도시와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에도의 똥은 모든 길로 통한다. 연결이고 순환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외에도 감독의 인터뷰에 또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무적의 오키쿠
시사, 영화 그 이외에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집니다.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여러 우물을 깔짝 깔짝 파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록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