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로모프 ㅣ 무기력한 남자의 무중력 연애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2/20
톨스토이보다는 도스토옙스키에게 끌리는 까닭은 순전히 내 기질 탓이다. " 이상적 인간 " 보다는 " 이상한 인간 " 에게 끌리는 것은 나의 다크하고 멜랑꼴리하며 삐뚜름한 서정과 함께 독특한 B급 발광 다이오드적 3파장 극성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남성에게 추구하는 불굴의 의지, 정력인지 정렬(열)인지 모를 이상하게 들뜬 열정, 과도한 대의와 명분, 관악산 승냥이 이리의 본성을 숨긴 의리와 남성 간 통정을 뒤집어쓴 우정 따위에 대하여 체질적 반감을 가지게 된다( 대한민국 아저씨들이 동네 조기 축구회에 목숨을 걸고 참석하여 단단한 남성 혈맹 의지를 도모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묘하게 그들의 끈끈한 동성애적 서정미를 느끼곤 한다. 통, 하였느니라 ? )
그래서 쌍권총을 든 홍콩 영화 속 영웅들이 이쑤시개 입에 물고 우정과 의리를 말하거나 현대판 마블 속 주인공들이 시커먼 망토 입고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눈알을 불알이며 허리를 고추세우고 이 사회를 자지우지할 때마다 심한 현기증을 느끼곤 한다(독자여, 문장 속 오타에 숨겨진 행간을 알아차리시라). 도대체 왜 저들이 이상적 남성상이란 말인가.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지만 무엇보다도 < 지하생활자의 수기 > 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절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정 하는 작품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 않을 수 있다. 지하생활자의 찌질함은 내가 꽁꽁 숨기고자 했던 나의 불온한 이드였으니 보는(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하생활자가 길거리에서 어깨빵을 상상하며 난투극을 벌이는 에피소드는 알파 메일 사회에서 기죽고 살아가야 하는 고개 숙인 남성들이 은밀하게 꿈꾸는 판타지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남성들, 인정 ? 남성에게 있어서 " 어깨 " 는 " 제 2의 남근 " 이다. 어깨를 툭 친다는 것은 나의 소중이를 슬쩍 건드린다는 소리이니 남자라면 분기탱천하여 결투라도 신청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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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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