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내재된 불안의 요소들을 모아... 조경란 외, 《2024 제4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5/28
조경란 「일러두기」
 202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조경란의 〈일러두기〉이다. 이혼을 하였고 아버지의 복삿집을 이어 받아 일하고 있는 마흔 일곱 살의 재서 그리고 재서의 복삿집에 USB를 맡겼던 반찬가게의 미용 사이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굉장히 정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돈되어 있지 않은 어수선함으로 가득해 보인다. 소설을 읽다 오래전 기억의 한 토막이 떠올랐다. 당시의 여자 친구가 독서실의 총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자리를 뺀 어느 학생의 락커에서 두툼한 노트를 발견한 것이다. 그 노트에는 소설이랄지 아니면 자서전이랄지 알 수 없는 내용이 가득했고, 우리 둘은 그 노트 혹은 그 노트의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잠시 골몰하였다. 당시의 그 노트의 미스터리한 주인공을 미용이 닮아 있다.
 조경란 「검은 개 흰 말」
 “검은 개와 흰 말... 그것은 우리의 암호 같은 것이었다. 때로는 위로도 때로는 가벼운 농담으로. 불안은 언제나 발밑이나 허공,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삶의 파편들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며 그래서 타인의 이해를 받기도 구하기도 어려운 데가 있다. 실에게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두려움을 완화시켜주거나 다른 대상을 떠올릴 만한 치환置換적인 행동 같은 것. 검은 개를 보는 감정을 돌려 세우는 일. 그리고 나는 실에게 말했다. 목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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