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3부작] 차원이 무너진 시공간으로의 초대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6/05
2016. 욘 포세. <3부작>

요약에 앞서 이 소설의 형식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을 읽어본 대부분 독자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전에는 없던 형식이다. 시와 음악이 떠오르며, 특수 횻과 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연극 무대에 어울릴 듯한 ‘장면 전환 기술’이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그의 이력과 관계 있을 법하다. 욘 포세는 모국인 노르웨이보다 해외에서 더 명성이 높은 극작가이자 소설가란다(나무위키).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연극이 떠오른다.

마침표의 부재로 경계가 지워진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며 꿈과 현실이 모호해지고 산자와 죽은 자가 공존한다. 위험한 실험이다. 독자가 독해를 포기할 수도 있을 테니까. 정말이지 쉬운 문장, 쉬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한눈을 팔면 제 궤도로 돌아오는데 5J의 에너지가 더 필요할 정도다. 어쩌면 중도 포기한 독자들이 정말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과 수많은 독자의 찬사는 그 이상의 성취를 작가가 해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도된) 쉬운 단어, 단조로운 문장들로 단조롭지 않은 비범한 문단을 구성해낼 수 있다니! 작가가 구사하는 문장의 고유한 리듬은 아슬레의 아버지 시그발괴 아슬레 그리고 아슬레의 아들 시그발로 이어지는 바이올린 연주처럼 산문과 시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어? 이런 시도 나도 예전에 해봤던 건데?

예전에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 초반에 로캉탱은 포착된 장면 전부를 묘사하려 했다고 독백한다. 어리석은 공상은 현명하게도 포기되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글도 재미있지 않을까? 아직 수학에서 무한대를 배우기 이전인 듯싶다. 더욱이 세상에 신이 존재해 그런 시도가 성공했다 한들 아무도 그런 글은 읽지 않으리라.

어떤 새로운 시도든 발상만으로는 박수를 받을 수 없다.  더욱 사실에 가깝게 말하자면 그런 시도는 보통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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