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그리운 우리 암소 / 안순우 作 ]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3/10/28
[성장소설: 그리운 우리 암소  / 안순우 作 ]

"여보! 아무래도 올해는 우리 암소를 팔아야 될 것 같애...."
"와예? 소를 바꿀라꼬예?....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 온지도 벌써 10년이 더 지났네예...."
아침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명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부지예! 우리 집 암소를 팔라꼬예?
그라마 우리도 소를 팔아서 경운기를 살껍니꺼?“

동네에서는 농우(農牛) 대신 석유 기름만 넣어주면 외양간의 쇠똥을 치울 필요도 없고, 소꼴을 베러 온 들판을 쏘다닐 필요도 없고, 또 아궁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쇠죽을 끓여줄 필요가 없는 경운기로 바꾸는 집들이 점점 늘어갔다. 사내 아이들 사이에서도 집안에서 자기들의 몫인 소를 돌보는 일이 없어지기를 은근히 바랬고 또 낯선 농기계인 경운기를 운전하고 다니는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여겼다. 명호도 집에 경운기가 있으면 큰 길에 멋지게 운전하며 다니고 싶은데 아버지는 경운기 보다 소를 더 좋아했다. 몹시 무더운 여름철에는 시냇가에 소를 끌고가서 목욕을 시키기도 하고 또 쟁기질을 하다가 소가 너무 힘들어하면 잠시 멍에를 풀고 쟁기질을 멈추고 밭 가장자리에서 풀을 뜯게 하기도 한다. 그때면 아버지는 암소 곁에서 소머리를 매만지며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숟가락을 잠시 들고서 명호를 바라본다.
"소를 팔아서 경운기로 바꾸는 게 아니고....우리 소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우리 집 많은 농사일을 감당하기에는 자꾸 힘이 부치는기라! 지난 가을에도 나락(벼) 실은 구루마를 끌고 오르막에 올라오다가 힘이 딸려서 뒤로 뒷걸음을 치다 도랑에 빠질뻔했다 아이가!"
"맞습니더! 그 때 동네 사람들이 달려와서 구루마를 뒤에서 밀어주지 않았으면 소랑 구루마랑 같이 도랑에 떨어져서 큰 일날뻔했십니더“
어머니는 그 때 아찔했던 일을 기억하며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가끔 소가 수레를 끌고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지거나 높은 언덕에서 떨어지면 다리 골절로 일어나지를 못한다. 넘어진 소를 다시 세워보려고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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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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