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늘 참았다
기억나는 대부분의 순간을 참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동생들은 챙겨야 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등교하지 못해도 참았고 방학마다 동생 돌보는 것도 싫었지만 첫째라 참았다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것이 생겨도 돈 때문에 싸우는 부모가 싫어 참았다 엄마가 수술할 때 세탁기 사용법, 밥솥 사용법을 아빠가 아닌 초등학생인 내가 배워야 하는 것도 엄마가 더 힘들어할 거 같아 참았다 고깃집에 가도 동생들 고기를 구워주느라 제대로 먹지 못해도 참았다 모든 순간을 참았더니 난 둔한 사람이 되어있었고 알아서 잘하는 애가 되었다 그래서 남들은 내가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괜찮았다 적어도 이런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근데 이제는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