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 : 사랑은 결코 미루지 말 것

100mopo
100mopo · 글쟁이
2023/01/26
 일몰의 직전 시간을 부여잡고 시작된다. 둘 사이의 사랑이 끝났다 믿었다가, 아직 그 해가 미처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제시는 계속해서 시간을 만들어낸다. 흘러야할 시간에 만들어 채우는 시간으로 다시 가득 차면서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 일몰이 머무른다. 찬란하게 늘어지는 볕의 왜곡에 세상은 울긋불긋 해지고 둘은 다시금 서로를 응시하며 속삭이게 된다. 지난 9년이라는 시간이, 10년이라는 두자리 수의 머나먼 과거가 되기전에 상황을 다시 정립한다.
네이버 영화
둘은 9년전 비엔나에서 꿈만 같은 하룻밤을 보냈다. 그때 둘 사이의 해가 떴고, 그 해가 지기 직전인 지금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하지만 3개월 후 다시 만나자던 그때의 약속은 결말을 맺지 못했고, 서로에 대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긴 채 9년이 흘렀다. 평생 잊지 못한 채 다신 만나지도 못할 줄 알았던 둘이 만났을 때 하고 싶은 말과 확인 하고픈 것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다. 매듭짓지 못한 그 끈은 그대로 고이 쥐고 있었고 채 2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그것들을 확인해야만 한다.
  비포 선셋이 갖는 독특한 지점이다. 보통 이런 관계의 재결합의 이야기는 과거의 오해로 남겨둔 채 시간이 흐른 후 일적으로 만나 어쩔 수 없이 지속적으로 맞닿으며 그 오해를 풀어가고 다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개 이루어진다. 긴 시간만큼 천천히 풀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간다. 오랜 시간에 켜켜이 누적된 감정들을 단 2시간,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풀어내고 알아서 하라고 몰아세운다. 이는 탁월한 통찰이다. 지난 비포선라이즈에서 이야기 했던 사랑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고심하는 차가운 이성적인 영역이 아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감정적 이끌림에 기반한 진솔한 태도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해야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 앞에 간절해지는 순간은 다음 기회가 절대 없을 것만 같을 때 이다. 내일 또 만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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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관한 관심이 많습니다. 왜 인간은 이런가, 왜 연애를 못하는가, 왜 더 나아지지 못하는가. 관찰하고 고민하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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