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 힘들다면

이의연
이의연 · 교육학 공부하는 대학원생
2022/08/22
  PESM이라는 말이 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약자로, 정신적 감각이 예민하고 생각의 타래가 끊이지 않아 고통을 겪는 사람을 지칭한다. 의학적으로 정식 등록된 질병은 아니지만, PESM의 정의와 특징을 살펴보면 “이거 내 얘기잖아” 내지는 “나만 이런 게 아니었어”라고 반응할 사람이 속속 나타날 것이다. 감각적인 자극이 지나쳐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느끼거나, 너무 많은 생각이 터져 나와 취사선택이 어렵거나, 생각과 말의 흐름이 어긋나 말을 빠르게 하거나 더듬는 등의 판단기준이 있다.

   짐작하듯이, 이 글을 쓰는 나도 이에 해당하는 부류라고 느낀다. 기상 알람을 누르는 순간부터 다시 맞추는 순간까지 머릿속이 깨끗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찾기 어렵다. 출퇴근길 눈에 담기는 인파와 표지들이 버거워 휴대폰을 바라보면 이제 깜빡이는 글자와 영상들이 버겁다. 책으로 들어오는 정보들이 과하게 느껴지고, 눈을 감고 음악을 틀어도 오래지 않아 투닥거리는 소음으로 느껴진다. 요즘에는 아무 음악도 나오지 않는 이어폰에 노이즈캔슬링의 도움을 받아 달갑지도 않은 잠을 애써 붙잡는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온갖 자극에 반응하는 예민함은 수동성의 극한이다. 스스로 정신과 마음을 쏟아낼 방향을 정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삶의 주체성을 지키는 데에 적지 않은 해악을 끼친다. 불필요한 세상의 모든 잡음에 주의를 기울이며 정말 집중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모두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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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생, 직장인, 대학원생, 교육학을 공부합니다.세상이 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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