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베다니로 가는 길(17): 이영숙을 심방하다. ]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4/05/08
초겨울 오후, 잿빛 구름 속에서 비치는 엷은 햇살은 꺼져가는 짚불처럼 미약했다. 김치성 집 뒤 언덕에 있는 단감나무의 몇 개 남지 않은 홍시를 쪼아 먹으려고 까치들이 요란스럽게 울고 있다. 대문에 묶어둔 강아지가 골목을 향하여 요란하게 짖는다. 밖에서 놀던 명호가 마당으로 급히 뛰어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할부지예! 할부지예! 교회 목사님들이 오셨습니더....
한 분이 아니고예... 할부지 목사님과 담임 목사님이 같이 오셨습니더!“

박태기 목사와 최정호 목사가 골목 끝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시발택시는 골목 끝 공터에서 머리를 돌려서 막 빠져나가고 있었다. 명호의 목소리를 듣고 김치성은 부리나케 골목으로 달려나갔다. 금촌댁과 김삼열도 뒤를 따랐다. 박태기 목사는 검정 두루마기에다가 흰 모자를 쓰고서 한손에 지팡이를 의지한 채로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최 목사가 빛바랜 가죽 가방을 들고서 뒤따랐다. 세 사람은 박태기 목사 앞에서 허리를 깊이 숙이고 인사를 했다.

“목사님! 날씨도 추운데 ....
이렇게 누추한 곳에 걸음해주시니 감사를 드립니더” 
“모두 그간 평안하셨지요? 
오랜만에 장로님 댁을 찾아뵙습니다! 
이렇게 댁으로 오니 우리 삼열 형제도 직접 뵙고 좋습니다. 아! 초가지붕을 근자에 새롭게 올렸군요! 새 볏짚으로 지붕을 올리니 밝고 따스하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박태기 목사는 마당에 들어서서 집 안을 한번 휘이 둘러보고 있었다.

“아! 이 감나무가 권사님 신행 오실 때 ....
묘종을 가지고 오신 그 단감나무지요?
감이 크기가 정말 대단했지요? 
근동에서는 이렇게 큰 감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마 작은 아이 머리통만했던 것같습니다.
빙장어른께서 권사님을 얼마나 아꼈으면 감나무를 보내셨습니까? 감이 많이 열리듯 자손 번창하고 또 자손들에게 많이 따먹이라고 감나무를 주신 것이지요! 부친의 사랑이지요!”  

“네! 맞습니다! 저희들이 처가에서 신행 살림 나올 때 가져온 감나무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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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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