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히어로 판타지

주제모름 · 리뷰는 멋대로 덕질은 정성스럽게
2024/05/11


<가여운 것들(Poor Things)>(2023, 요르고스 란티모스)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온갖 감각과 조우하는 벨라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 솔직하고 적나라한 제스처, 그에게 한주먹거리도 안 되면서 통제하려 애쓰는 던컨의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언행, 그 사이 오가는 몸짓과 대사의 핑퐁에 있는 경쾌한 호흡, 그 전부를 둘러싼 채 닫혀 있는 하늘 안 파스텔톤 구름- 보기에 얼마나 즐거운가. 이야말로 매니악한 아이캔디다.

벨라 백스터는 왜 이다지도 완벽한가. 이름부터 아름답고, 정신이 번쩍 들게 솔직하다. 욕망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와중 자신을 구속하는 것들을 별로 사뿐하지 않게 즈려밟는다. 손목을 잡히면 뺨을 때린다. ‘여성은 감정적이고 히스테릭하며 타고난 모성이 있다’는 매도에 대한 반증인 마냥 연인(보다는 섹스 파트너)의 눈물 앞에서 눈알을 굴리고, 본인에게 ‘모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급속도로 지식을 터득하더니 더욱 이성적이며 철학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한다. 가슴 따뜻한 영웅이라면 으레 그렇듯, 가난한 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돈을 잃고 거리에 내던져지는가 싶더니, 금방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북스마트’에 이어 ‘스트릿스마트’마저 획득한다. 흑백 필터가 걷힌 백스터 저택으로 돌아온 ‘프로디걸 도터’는 죽어가는 ‘갓god’에게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약혼자의 품성을 테스트한 후 “실질적인 사랑”을 담아 청혼을 돌려준다. 최후의 안타고니스트인 남편을 만나 위기에 처하지만, 이내 놀라운 순발력으로 빌런을 처단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의사가 되기로 결정한다. 파리에서 만난 투아넷과 나란히 누워 폴리가미 패밀리를 이룩한다. 완벽한 주인공 벨라 백스터에 어울리는, 완벽한 히어로 탄생 기승전결이다.  

<가여운 것들>(2023)
벨라는 뚜렷한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우던 인물들이 스스로 그것을 배반하도록 만드는 존재다. 자칭 카사노바인 던컨은 그에게 집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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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제도 모르고 주제를 모르겠는 글과 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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