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가 꽂힌 말들 - 1. Stay Humble

1장 Stay Humble : 겸손하되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인터뷰는 한 10분 정도 되겠죠?” 나는 해맑게 물었다.
“아니오. 한 시간 정도예요.”
“네?”

그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나를 엄습했다. 한참 동안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옷깃에 꼽고 선을 내 목 뒤로 넘긴 후 기자는 질문을 하고 또 하고, 나는 주어와 술어가 맞는지도 모를 중언부언의 답변들을 쏟아냈다. 감기약 때문에 몽롱해서인지 증강 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두어 차례의 사진 촬영을 통해 나의 목 주름이 거울로 보는 것보다 열 배쯤 선명하다는 현실을 파악한 뒤 이번에는 터틀넥으로 목을 철저히 가렸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15년 동안 남의 글만 옮기며 살다가  『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라는 첫 에세이를 출간한 지 두어 달 정도가 지났다. 많은 분의 축하를 받고 일간지에도 이름과 사진이 실렸지만 내 20~30대를 돌아보게 하는 한 시간짜리 인터뷰는 아무래도 과하다. 기자는 나의 대학생 시절과 방송 작가 시절의 사진도 보내달라고 한다. 나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라도 만드실 셈인가. 이건 아니다. 심히 괴롭다.

내가 번역했던  『말리와 말썽꾼들』 이라는 책의 저자인 존 그로건은 『말리와 나』 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전국을 돌며 책 홍보를 하게 된다. 아빠가 집을 자주 비우자 서운해하는 아이에게 저자는 “얼마 후엔 이 롤러코스터 라이드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라고 위로한다.

물론 내 책이 『말리와 나』  같은 베스트셀러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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