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덩어리'로 은유되는 고대 이집트의 역사 : <토탈 워: 파라오> 트레일러 리뷰 (2)

곽민수
곽민수 인증된 계정 · 모든 길은 이집트로 통합니다.
2023/07/10
오늘의 주인공, 쇠똥구리와 똥덩어리 (사진 출처: 트레일러 캡춰)

쇠똥구리 모양의 물건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유물들 가운데  스캐럽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캐럽은 풍뎅이, 보다 정확하게는 쇠똥구리 모양을 하고 있죠. 사실 스캐럽이라는 이름은 스카라바에우스 사케르(scarabaeus sacer)에서 온 것인데, 이건 신성한 풍뎅이라는 뜻입니다. 스캐럽은 그냥 풍뎅이나 쇠똥구리라는 뜻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만들었던 쇠똥구리 모양의 물건도 역시 스캐럽이라고 합니다. 
 
스캐럽의 사이즈는 매우 다양합니다. 손톱만한 것도 있고, 손바닥만한 것도 있으며, 심지어는 몸통만한 것도 있죠. 이렇게 사이즈가 다양한 이유는 이 스캐럽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스캐럽은 부적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스캐럽 부적은 산자를 위해서도, 또 죽은 자를 위해서도 사용되었죠.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된 스캐럽은 자주 목걸이용으로 만들어졌고, 죽을 자를 위한 부적은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붕대를 감을 때 그 속에다가 넣는 용도로 제작되었죠.

죽은 자를 위한 부적 가운데는 심장 스캐럽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유물 뒤에 깔려 있는 고대 이집트들의 세계관이 꽤 재미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내세에 들어가기 위한, 즉 부활을 하기 위한 최후의 심판 과정에서 심장이 면밀하게 조사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심장을 인격의 정수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이제는 꽤 널리 알려졌을 심장 무게 재기 의식 역시 그 과정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이때 심장이 망자의 뜻에 반하는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이집트인들은 생각했습니다. 즉 망자가 감추고 싶은 생전의 흑역사에서 심장이 좋다고 떠벌리듯이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여겼던 거죠. 그래서 이집트인들에게는 이 수다쟁이 심장을 닥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심장 스캐럽입니다. 이 특수한 스캐럽은 손바닥...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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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고학자입니다. 역사변동과 의례경관, 그리고 행위수행자들의 경험과 성찰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 가치판단이야 말로 현대인류문명의 최대 업적이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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