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추억 - 한 문화인의 윤색된 회고와 왜곡된 사실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4/23
정연규 <이상촌>

식민지의 추억 - 한 문화인의 윤색된 회고와 왜곡된 사실
   
그렇다면 정연규는 왜 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배척했던 1962년의 ‘문화인 등록’ 사업에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응했을까? 정연규가 ‘문화인 등록’ 사업이 시작된 시기와 비슷한 때에 발표한 저작물을 검토하다보면 그 이유를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 정연규는 일본에 대한 극단적인 경계의식과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글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저작 <일본이 또 우리나라 침략을 시작했다>와 <간접침략>은 극단적인 일본 혐오 정서와 반공 의식을 보여주는 저작물이다. <일본이 또 우리나라 침략을 시작했다>는 친일파에 대한 혐오를 분노에 가까운 심정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시급히 이들을 청산해야 할 것을 드러내고 있는 저작이다. 

이 책은 친일파 세력들이 여전히 한국 사회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모순을 지적하고 1960년대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 문화의 침투 현상과 그에 따른 “문화 오염”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한편 정연규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비루하게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관심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간접침략>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남한 사회 내부로 침투하여 세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회 불안을 조성하고 안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산주의 세력 확대에 대한 방어와 내란 소요 방지, 적화 통일에 대한 방비책으로서 “5.16 혁명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괴의 간접침략을 분쇄하여 국가 기강을 확립”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연규가 1960년대 발표한 두 편의 저작을 통해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 명징하다. 반일과 반공.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일제의 잔재와 친일에 대한 청산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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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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