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첫 번째로는 연애의 시작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연애를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마음대로 연애가 시작되면 좋겠지만, 당연히 모두에게 꽤 힘든 일일 테다. 그런데 특별히 그 ‘시작’을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 외모, 학력이나 직장, 재산 등의 특정한 조건들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 원인은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심리적 거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모든 대인 관계에는 심리적 거리가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 속에서 거리가 훌쩍 가까워지기도, 자연스럽게 멀어져 가기도 한다. 또한 내가 설정해 놓은 거리 안으로 허락 없이 들어오려는 사람 때문에 불편해지기도 하고, 더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싶은데 실패하기도 한다. 가족, 친구들, 직장 동료 등 모든 이들은 내 마음 속에서 특정한 심리적 거리에 있다. 그 중에서도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 연인은 어느 정도 거리에 있을까? 아니, 조금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일 것 같다. 나는 ‘연인과의 심리적 거리’가 어느 정도이기를 원하고 있는 걸까?

30대 여성 A씨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 예쁜 외모를 지닌 그녀는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인 관계에 대해 말하던 어느 날, 자연스럽게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전 한번도 남자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제가 어릴 땐 외모가 괜찮았는지, 남자들이 다가오는 일이 좀 있었는데, 이상하게 고백을 받는 순간마다 감정이 확 시드는 거예요. 그 중엔 저도 호감이 있던 사람들도 가끔 있었는데 말이에요. 하하. 바보 같죠?” 

연애라는 꽃이 피기 직전 순간마다 매번 시들어 벼렸던 그 과거사들을 그녀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