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읽기: 근데 이제 라캉을 곁들여서 (1)

김우진
김우진 · 음,,,어떤 직업을 가질까요?
2024/04/08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은 재미를 넘어 충격적인 영화였다.

아마 모든 영화감독이 그렇겠지만, 박찬욱은 대단히 강박적이다. 모든 장면에 의미를 꽉꽉 채워 넣는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다. 관객은 잠시도 쉬지 못하고 그가 창조한 강박의 세계에서 숨이 막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그 강박의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여성적 욕망을 통해 그린 작품이다.

지금부터 이 대단한 영화를 중요한 신 별로 끊어서 보겠다.
(신의 구분은 자의적이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전문가는 아니라서 신과 신의 정확한 구분은 할 줄 모른다. 물론 각 신의 선택과 해석도 완전히 자의적이다.)

#1 해준, 총과 함께 등장하다
폭력을 원하는 강박

영화는 형사인 주인공 해준과 부하 수완의 사격연습 총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해준의 다음 대사가 들린다.
"살인 사건이 좀 뜸하네. 요즘 날씨가 좋아 그런가?"
그들의 방호복에 적힌 경찰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경찰과 총이라는 '합법적' 폭력, 그리고 '살인 사건'을 원하는 해준. 이 장면의 구성과 대사에는 해준이라는 캐릭터의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해준은 합법적 폭력이 가능한 경찰이라는 직업을 즐기며, 살인 사건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쾌락의 효과에 사로잡혀 산다.

또한 해준과 수완 사이에 검은 선을 삽입하여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분리된 느낌을 준다.
두 사람은 이후 각자의 표적지를 확인하는데, 해준의 탄환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비해 수완의 탄환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성격이 정반대임을 상징한다. 해준이 강박적이라면 수완은 느슨하다.

#1-1 양복과 잠바

총기를 반납하며 해준은 질곡동 살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소장님과 1팀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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