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도 ‘소리’일까?

와이아트
와이아트 인증된 계정 · 미술에 빠진 당신을 위한 작품 감상법
2023/08/18
“쿵!”

호주 출신의 예술가 마르코 후지나토가 2015년 선보인 <별자리>는 갤러리에서 전시된 역대급 강력한 소음을 일으킨 작품으로 꼽힙니다. 관람객에게는 요상한 임무가 주어지는데요, 바로 벽을 야구방망이로 내리치라는 지시사항입니다.
사진만 봤는데도 ‘소리’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방망이가 벽을 강타하는 ‘쿵!’ 소리가 사방에 요동쳤다고 하는데요, 내부에는 스피커를 설치해 벽을 가격하는 소리가 훨씬 더 크게 울려 펴졌죠. 갤러리의 깨끗한 흰 벽은 크게 손상되어 페인트 조각들이 덜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갤러리’를 신성한 공간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왠지 조용히 해야 할 것 같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날까봐 행동도 자제하게 됩니다. 물론 요즘에야 갤러리가 대중에게 좀더 개방되었다 해도 여전히 미술 제도가 당연시하는 고요함을 침범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방금 살펴본 후지나토의 작품은 그동안 갤러리가 상정해온 행동 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이는 화이트 큐브라는 미술제도를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겠습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밝은 단색의 벽면에 작품을 띄엄띄엄 배치한 전시 공간 모델인데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구분 짓고 관람 경험을 일정한 방향으로 규정해버리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합니다. 

화이트 큐브는 한 마디로 ‘시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전시 모델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청각’과 같은 요소는 무시될 수밖에 없죠. 화이트 큐브의 논리에서 ‘사운드’와 같은 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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