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편집자가 만든다" 당연한 소리인가요? (편집자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을 위해)

김민희 인증된 계정 · 책 만들며 N잡 하는 자유일꾼, 책덕
2023/08/16
사람들에게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꽤 등장하는 직업인데도 “그래서 무슨 일을 한다고?”라고 묻는 사람이 태반이다. 책은 작가가 쓰고 번역은 번역가가 하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고 홍보는 마케터가 할 텐데 편집자는 대체 뭘 하느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종이 더미에 파묻혀 빨간 펜을 놀리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이것도 출판이라고>라는 책을 쓸 때 편집자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고 싶어서 1부 7장의 제목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 편집자의 일"이라고 붙이고 이렇게 썼다.

"'편집자는 책과 함께 굴러간다.' 나는 종종 이렇게 상상한다. 책이라는 직물을 짜기 위해 처음에는 실 한 오라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른다. 잘 짜여져 나온 완성품을 상상하며 원고를 다듬고 저자, 역자에게 가서 씨름하고 북디자이너에게로 다시 굴러간다. 일러스트레이터, 다른 편집자(혹은 편집장), 마케터, 제작처, 서점까지 데굴데굴 데구르를... 그러면서 책이 만들어진다. 책에 관여하는 다른 기여자에 비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편집자가 없으면 책은 혼자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편집자의 일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이유는 아마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모든 단계에 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나 역자와 원고를 사이에 두고 전체적인 틀을 잡고 세세하게는 교정/교열을 진행하고 디자이너와는 조판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을 사이에 두고 조율을 한다. 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제작 사양을 고민할 때도 원고와 책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편집자의 견해가 필요하다. 각 전문가들의 목표를 살펴보면 애매해 보였던 편집자의 일이 확실하게 보인다. 저자와 역자는 원고를 쓰는 것, 디자이너는 북디자인을 하는 것, 마케터는 책을 파는 것, 제작자는 책의 물성을 만드는 것이라면 편집자의 목표는 '책을 만드는 것' 그 자체다."
- <이것도 출판이라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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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사 책덕을 운영하며 글쓰기, 번역, 편집, 디자인, 마케팅, 유통 등 책이 통과하는 모든 분야를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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