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랑의 끝이라는 공포
2023/02/28
결혼에 대한 두려움
1913년 7월 21일, 프란츠 카프카는 일기장을 펼쳐 결혼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당시 그는 연인 펠리스 바우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의 미래를 놓고 실존적 고뇌에 시달리고 있었다. 카프카는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인에게 500 여 통의 편지를 썼고, 바우어와 약혼도 두 번이나 했지만 정작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일기장에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는 일곱 가지 ‘논점’을 열거했는데, 첫 번째는 “홀로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연애편지에서 드러난 내용보다 카프카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겠지만, 그는 일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혼자서 삶의 풍파를 견딜 수가 없다. 내 인생이 받을 공격과 내게 요구되는 부담을 이겨낼 수 없고 홀로 세월을 견디며 늙어갈 자신도 없다.” 하지만 곧이어 덧붙였다. “나는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가 성취한 것은 오직 내가 외톨이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목록을 계속 읽다 보면, 카프카가 결혼에 딱히 적합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과 관계없는 것은 다 싫다. 대화는 무료하고(설령 문학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지루하다. 집안의 경조사에는 내 영혼마저 따분해진다.”
권태감도 문제였지만 카프카가 결혼을 꺼린 더 큰 이유는 경계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었다. 그는 이를 “서로 연결된다는 두려움, 내가 상대방의 일부가 된다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했다. 결혼하면 다시는 혼자가 될 수 없을 테고, 그가 종종 고백했던 자기 붕괴의 공포가 마침내 실현될 터였다.
결혼으로 자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던 카프카의 두려움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결혼제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묻힐까 걱정하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와 일맥상통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결합이라는 결혼의 의미는 퇴색하고, 결국 구분이 모호한 한 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마치 아메바 접합을 ...
우리 사회에 모범적 결혼의 모델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최근에 어떤 기사를 보니까 저출산의 원인을 "우리 엄마처럼은 절대 살지 않겠다" 의식에서 찾던데, 굉장히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결혼한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가시밭길, 고생길, 무한한 희생으로만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은 결혼의 모델을 보여준 사람들이 너무 드물어서 말입니다.
카프카가 언급한 경계가 무너진다는 두려움이 어떤 이에게는 누군가 내 삶을 같이 공유할수 있다는 안정감일 수도 있을것 같아요~
카프카의 고민은 확실히 와닿네요
카프카의 고민은 확실히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