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벌어지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김훈, 《허송세월》
48년생이니 김훈의 나이가 칠십대 중반이다. 작가의 산문 여기저기에서 그 나이가 짐작된다. 나이 먹었음을 부러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랑 삼지도 않는다. 계간 《문학동네》에 <빗살무늬토기의 추억>라는 제목의 연재가 시작된 것이 1994년이니, 김훈은 기자 이후 작가라는 직업으로도 삼십 년의 세월을 흘려 보냈다. 긴 세월 작가로 밥벌이를 하면서 느낀 바에 대해 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주어와 술어를 논리적으로 말쑥하게 연결해 놓았다고 해서 문장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주어와 술어 사이의 거리는 불화로 긴장되어 있다. 이 아득한 거리가 보이면, 늙은 것이다. 이 사이를 삶의 전압으로 채워 넣지 않고 말을 징검다리 삼아 다른 말로 건너가려다가는 허당에 빠진다. 허당에 자주 빠지는 자는 허당의 깊이를 모른다.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주어와 술어 사이가 휑하니 비면 문장은 들떠서 촐싹거리다가 징검다리와 함께 무너진다. 쭉정이들은 마땅히 제 갈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