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은 왜 사라졌을까?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6/27


라떼이즈홀스, 여름이면 찾아오는 ‘납량특집’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납량’의 사전적 뜻은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기운을 느낌’이고, ‘납량특집’은 ‘신문, 잡지, 방송 따위에서 여름철에 무더위를 잊을 만큼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기 위하여 편성한 특집’이라 한다.(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수많은 납량특집 프로그램들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단언컨데 ‘전설의 고향’이었다. 매주 화요일, KBS, 저녁 10시, 모든 것이 딱 무시무시할 때 전설은 시작되었다. 당시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한옥이었고(부자 아니었음), 화장실이 푸세식 이었고 무려 밖에 있었다.


무서운 것을 분명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와 존재에 대한 끌림 때문이었을까, 전설의 고향을 외면하는 것은 힘들었다. 당시 할머니와 같이 자던 시절이기에 볼 때는 그렇게 무섭지 않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도무지 갈 수가 없었다. 온갖 귀신이란 귀신은 다 마당 끝 화장실에 모여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온 집안의 불을 켜고, 마당에 자는 개를 깨우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화장실을 갔다. 그런 날은 오는 길에 엄마한테 뒤지게맞곤 했는데, 귀신보다 엄마가 더 무섭구나 하고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그런 추억을 가진 전설의 고향이었는데,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전설의 고향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요즘은 납량특집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왜 사라진 거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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