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2/06/05
조금 모자란 아이

나는 2남매 중 둘째다. 위로 누나가 하나 있는데, 7살 차이가 난다. 다른 친구들은 형/누나와 나이 차이가 2살정도 나는데, 나는 나이차이가 꽤 큰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보다는 누나가 나를 키웠다고 한다. 아빠가 술이 많이 취했을 때 한 번씩 이런 말을 하곤했다.

"내가 왜그랬지"

우리 집은 다세대 주택인데 내 방은 따로 없고, 누나와 둘이 산다. 나는 누나하고 같은 방을 쓰는 게 좋은데, 요즘 누나는 한 번씩 나와 한 방을 쓰는게 불편해보인다. 특히 여름이 되면 짜증을 많이 낸다. 나한테는 직접 말을 안하는데, 엄마 아빠에게 이사가자는 말을 몇 번 했었고, 그때마다 엄마에게 혼이 났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학원을 가거나 방과 후 활동을 하는데, 나는 아주 가끔씩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엄마가 말해줬다. 그래서 나는 혼자 놀기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컴퓨터와 핸드폰이 없어서 주로 혼자 걷거나 운동장에서 논다. 집에 TV가 있긴 한데 우리집은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다. 

고등학교에서는 급식이 나오는데, 나는 급식비를 안내도 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신청서양식' 을 제출하기만 하면, 급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어제 수업이 끝난 뒤, 교실에 나를 포함해서 3명이 남았다. 선생님이 어제 방과 후 무료급식 신청 할 친구들은 남아서 신청을 하라고 했다.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는데, 다른 2명의 친구는 그 자리가 뭔가 불편한 건지 얼굴을 다른 쪽으로 서로 돌리고 앉아있었다. 신청이 끝나고 내가 잘가라고 인사도 하기 전에 급히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가버렸다. 왜 저렇게 불편해 보이는 거지? 

수능날이 다가올수록 친구들 얼굴은 피폐해져 간다. 학교는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면서 사회성을 학습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유명한 학원을 다니고 과외도 받는 친구들의 얼굴이 더 좋지 않다. 고3때는 친구들이 웃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결전의 날이 왔다. 나는 내 기준에서 최선을 다했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799
팔로워 832
팔로잉 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