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닉조슈아 은하영웅전설 노무현
2023/01/19
“어르신. 저는 세상의 비극들이 한두 가지 원인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로는 살았습니다.
아르님 공작의 손이 제 동생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로젠크란츠 군의 손에도 소공작의 가슴을 찌를 칼이 들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공화국의 10년에는 무능한 의회도 있었고 순수한 몽상가도, 완고한 혁명가도, 과격한 폭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 중 하나의 손이 공화국의 심장을 찔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신과 음모를 주고받았으니 셈을 맞추고 잊자는 말이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망명 의회의 행동은 더더욱 유감이오.
그들에게 소위 ‘배신자 아르님’에 대한 복수심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소.”
“유감스럽지만......”
지스카르는 말을 끌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마르기 시작한 머리카락이 두건 자락을 빠져나와 목 언저리에서 굽실거렸다.
“망명 의회에는 아직 한두 사람의 행동이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인가 봅니다.
저는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하며, 때론 답답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저는 제 동생을 죽인 자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찾게 되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만일 그 자와 마주친다면 저 또한 분노와 고통으로 괴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는 ‘역사’가 이 세상을 써나가는 두꺼운 책 속에 든 수억 가지 문장 중 한 단어일 뿐입니다.
그는 ‘죽이다’대신 ‘스치다’일 수도, ‘도망치다’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넘긴다 한들 바로 다음 문장에서 결국 ‘죽이다’가 나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누구에게 죄가 있습니까? 수백 페이지에 걸친 이야기 속에서 그는 차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첫 문장, 또는 백 번째 문장부터 죽기로 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그 자의 차례가 왔을 뿐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