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게 중요한 인연을 지닌 나라이자 거대한 음악 시장 규모를 지니고 있는, 일본에서 발표된 음악을 매개로 작게나마 한 해의 기억을 되짚고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2021.12~2022.11
순서는 발매일 순입니다.
『헤이케 이야기 (平家物語)』는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 12~14세기경) 평씨(平氏)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룬 고전 문학이다. 야마다 나오코(山田尚子)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헤이케 이야기 (平家物語)》(2022) 주제가로 제작된 얼터너티브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羊文学)의 본 싱글은 그 등장인물에게 말을 건넨다. “몇 번이고 말할게, 세상은 아름답다고.” 비극적으로 닫힌 세계 속 인물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만큼 아이러니가 있을까? “언젠가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 … 이 최악의 시대도 영영 이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것은 당신의 빛나는 유산을 의미 있게 기리는 행위이자 동시대에 전하는 위로이기도 하다. 포스트 펑크, 쟁글 팝으로 시작해 트레몰로 주법이 들어서며 공간감을 포스트록적으로 단숨에 팽창하고, 그것이 시간적 운명을 뛰어넘어 대화를 시도하는 내러티브와 엮이는 그때가 내게는 올해 음악을 들으며 가장 감동한 순간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