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 해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제게 중요한 인연을 지닌 나라이자 거대한 음악 시장 규모를 지니고 있는, 일본에서 발표된 음반을 매개로 작게나마 한 해의 기억을 되짚고 내일을 기약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J-Pop 그룹 Perfume은 음악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양질의 일렉트로팝을 구사하며 의미있는 위치를 점한다. 그들의 음악은 언뜻 일변도를 걷는 듯이 보이면서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루는데, 이를테면 정규 앨범 단위 전작 『Future Pop』(2018)에서 PC Music식 베이스 뮤직을 구사하는 양상 따위가 그렇다. 8집 앨범이 되는 본작 『PLASMA』는 여전히 양질의 팝이 다양한 스타일로 빼곡이 들어선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Time Warp」, 「ポリゴンウェイヴ (ver 1.1)」처럼 기존에 잘하던 테크노 신스팝이 전반을 채우는 데서 이미 팬들을 위한 보증은 섰다. 하이라이트는 중반부다. 뉴 디스코 혹은 신스 펑크(funk) 트랙 「Spinning World」에서 한 마디를 이루는 모든 요소는 7-80년대 댄스 팝을 하이비전으로 재현하고, 이어지는 「マワルカガミ」는 「ポリリズム」(2007)의 리듬을 살린 팬송으로 놓치기 어렵고, 「Flow」는 작풍에 걸맞는 레트로한 질감으로 퓨처 베이스를 구사하며 단단한 밀도를 이어간다. 후반부 역시도 지나치게 늘어지는 트랙 없이 그들다운 곡들로 맺으며, 올해에도 Perfume의 향기를 세계에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