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20대가 바라본 4.16과 이태원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16
어느 20대가 바라보는 4.16과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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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인척 포함..... 몇 명의 20대들 이야기를 종합해서 엮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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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참사’라는 단어를 예사로 겪은 게 한국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세대도 한창 예민할 때, 그리고 젊음의 절정기에 몇 번씩이나 참사를 겪었습니다. 그 중 세월호와 이태원은 비극의 쌍벽이라 할만하지요. 사람들 마음에 난 상처도 상처거니와,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허무함과 황당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헤매는 감정은 두 사건 모두에게 해당할 것 같아요. 망망대해도 아니고 빤히 근처 섬이 내다보이는 곳에서 수백 명이 얌전히 구명조끼 입고 배에 머물다가 통째로 수장되고, 어디 5,60년대 인구폭발하던 시대 서울역도 아니고 축제 벌어지는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어디 계단에서 발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들 틈에서 서서 질식해 죽은 일이니 오죽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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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늘은 4월 16일입니다. 나는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들과 동년배예요. (97년생) 우리도 제주도에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었고, 나도 세월호에 탔을지 몰라요. 수도권에서야 비행기 안타면 세월호나 오마하나호 타고 인천에서 떠나는 길 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더 더럭 겁이 났고, 그렇게 만든 어른들이 미웠고, 죽은 애들이 불쌍했죠. 그때 배 안의 마지막 모습들을 담은 동영상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엄마 아빠가 알까봐 침대에 누워서 이불 뒤집어쓰고 끅끅거리다가 때아닌 세수하고 자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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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도 제 친구가 죽었습니다. 가끔 술도 먹고 게임도 하던 친구이고 이태원 축제 같은 거에는 관심도 없는 친구 같았는데 하필 그곳에 있었고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됐지요. 그 장례식에서도 통곡을 했습니다. 도대체 네가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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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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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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