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무침에서 골뱅이만 쏙쏙 빼먹는 그녀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1/13
나는 골뱅이 킬러다.
ㅇㄷ골뱅이 400g 캔 하나가 6천 원대였을 때부터 참 열심히 먹었지만 아직도 질리지 않아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쫄깃쫄깃한 식감도 좋고 골뱅이 특유의 향이 입 안에 스윽 감도는 게 참 좋다. 그렇다고 너무 크면 씹기 부담스러우니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각종 야채 슬라이스와 함께 고춧가루와 갖은양념 팍팍 넣어 무치면 이만한 요리가 없다. 소면까지 준비하여 무쳐주면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한 메뉴이기에 맥콜에서 맥주로 갈아타게 되던 20대 때부터 현재까지 골뱅이 이 녀석을 참 줄기차게 먹어댔다.

사람들 입맛은 다 비슷한 법.
꿀맛 같은 골뱅이를 다들 좋아하니 골뱅이 캔 값은 나날이 치솟았다. 캔 하나 가격이 1만 원 육박하는 골뱅이를 보고 혹자는 집에 골뱅이 캔 있으면 부자입니다 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그 말에 다들 이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기까지 했다.

사람의 유전자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단 말이지.
아이들 유치원 다닐 적, 애들은 매우니 못 먹겠지 하고 신랑하고만 먹으려고 골뱅이 무침에 넣을 채소를 다듬는 중이었다. 언제 왔는지 딸아이가 주방을 맴돌더니 썰어 둔 골뱅이 하나를 집어 먹고는 그 맛에 홀딱 반해 캔 절반 이상이나 되는 양을 다 먹어치웠고, 나는 골뱅이 없는 골뱅이 무침을 먹고는 마음이 헛헛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딸은 나보다 더 골뱅이 킬러가 되었다.

출처. 블로그 들꽃향기 건강밥상
지난 주말 남편이 맛나게 만들어준 골뱅이 무침을 보고 나와 딸아이는 환호했다.
뱃속의 저장공간은 유한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딸아이는 골고루 먹는 걸 멀리 하는 타입이다. 맛있는 음식만 공략한다는 뜻이다. 골뱅이 무침이 상에 놓이면 야채 보기를 돌같이 하고는 골뱅이만 쏘옥 쏙쏙 빼먹었다. 어찌나 그 모습이 보기가 꼴사나웠는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만일 가족이 아닌 타인과 같이 하는 식사 자리에서 자기만 맛있는 걸 먹겠다고 쏙쏙 빼먹으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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