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가 지휘한 국립폴란드라디오오케스트라(The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와 포티스헤드(Portishead)의 베스 기번스(Beth Gibbons)의 목소리가 이질적인 조합인지 동질적인 조합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비견할 수 없는 조합이 낳은 작품 <헨리크 고레츠키: 교향곡 3번(슬픈 노래 교향곡)Henryk Górecki-Symphony No. 3 (Symphony Of Sorrowful Songs)>(2019)을 비견할 수 없는 결과로 볼 이유는 아무래도 ‘신(sour)’ 목소리로 각인된 배스 기번스 쪽에 더 있을 것 같다. 2019년 마닐라 근교의 선교지로부터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처음 이 작품을 들었을 때 많은 감회가 떠올랐다. 상·하수도 시설 없는 환경에서 형편없는 상태의 쌀조차 없어 생존투쟁 속에 놓인 필리핀 도시 빈민들을 떠나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막힌 길 위에서 상실과 박탈에 관해 묵상하고 있을 때 우연히 잊고 있던 이름 베스 기번스를 따라 고레츠키의 작품을 듣게 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때로 이런 식으로 신의 메시지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