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 황금 신화라는 백일몽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4/02/01
자본의 얼굴

경제학자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생활 임금 대신 생존 임금을 지급하며 배를 불리고, 노동자는 가난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런 와중에 산업 발달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실업자가 폭증하게 되고, 기계가 만든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가 사라지면서 이윤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다시 말해 자본가의 자본 수익률이 점점 떨어져 자본이 고갈됨에 따라,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마르크스의 주장은 반은 틀리고 반은 적중했다.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자본주의는 점점 견고해졌다.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사회에서 노동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 고착화되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졌다. 오늘날 상위 1퍼센트가 누리는 풍요가 99프로의 눈물 위에 만들어진 건 이미 정해진 비극인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국가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1882년 프랑스 거대 은행 '위니옹 제네랄'이 파산하면서 시장이 붕괴된다. 당시 상황을 체감했던 문학가 에밀 졸라는 돈의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것을 보며, '금융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작품을 집필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돈>이다. 욕망과 환락에 젖은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충격에 빠뜨린 금융 스캔들을 통해 그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까.


돈을 둘러싼 욕망의 격전지

부동산 투기에서 모든 걸 잃은 '사카르'는 화려한 재기를 꿈꾸던 중, 엔지니어 '아믈랭'과 그의 누이 '카롤린'을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사카르의 형이자 장관인 '루공'은 어깨너머로 동생의 사업 계획을 듣고 단칼에 거절했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배경이 된다. 사카르는 형의 동의를 얻었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들을 모으고 '만국은행'을 설립한다.

오직 돈을 향한 열정으로 시작된 사카르의 금융업은 자기주식 차명 취득, 가장 납입, 무리한 증자 등 온갖 불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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