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만난 바다소(팩션 제2화)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11/18
하늘이 오직 지켜보는 CCTV이고 경찰이 순찰도 오지 않고 순찰할 사건도 없는 무인도에 사는 로빈슨 크루소는 경찰에 갈 일이 없다. 무인도 생활에서 크루소 이름을 불러주는 동물 1이 있었다. 
크루소: [I am] 로빈슨 크루소.
동물 1: Robin Crusoe.
2음절 단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언제나 '슨'은 빼먹고 말했다. 스스로 누구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동물 1: [I am 앵무새.]
I had two more parrots, which talked pretty well, and would all call “Robin Crusoe.”
《로빈슨 크루소 The Life and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1719), 13장.
https://www.gutenberg.org/cache/epub/521/pg521-images.html#chap13

사회적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경찰 조사로 진술서를 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출력 진술서에 서명란이 있고 서명은 손수 한다. 출력물 진술서는 서명 빼고는 인간적 체온이 안 남고 서명에만 인간적 체온을 남긴다. 손수 쓴 진술서는 인간적 체온으로 가득 차 있다. 

인어는 진술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읽어보았다. ㅔ와 ㅐ를 똑같이 말했는지 ㅔ와 ㅐ를 똑같이 들었는지 형사2는 인어가 말한 인명에서 오자를 냈다. '제'와 '재'가 같고 '체'와 '채'가 또 똑같았다. '제민'을 '재민'으로, '체희'를 '채희'로 받아 입력했다. 인어는 그레고리 펙 배우 생각이 났다.
인어: I am Gregory Peck.
형사 2: I am Gregory Pack.
인어가 딱따구리라고 말해도 형사 2는 종이 팩으로 쓴 격이다. 아이들이 돌림병에서 살아나자 형은 '경세'로, 아우는 '제민'으로 이름을 지어 형제가 이웃하여 합석하면 '경세제민'이 보였다. 자리를 바꾸어 앉으면 '제민경세'로 읽혔다. 경세제민? 제민경세? 아이들이 부모가 왜 웃는지 알았을 때는 부모가 떠난 것을 깨달았다. Economics를 모두 전공하면서 형제는 취향이 양분되었다. Micro Economics와 Macro Economics를 놓고 선이 뚜렷해졌다. 닉네임도 세부 전공을 따라서 정했다.
경세: I am Macro.
제민: I am Micro.
워들 버그에 걸려 거시인데도 거시로, 미시인데도 미시로 변환이 안 되었다. 
'제민'을 '재민'으로 해놓으면 형은 '주권'이 어울린다. 
AI: 혹시 '주권재민'을 생각하고 작명을 했나요?
AI는 만물박사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생각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https://www.law.go.kr/%EB%B2%95%EB%A0%B9/%EB%8C%80%ED%95%9C%EB%AF%BC%EA%B5%AD%ED%97%8C%EB%B2%95
AI는 만물박사라 《변호인》(2013)의 명장면을 기억 속에 떠올릴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meaUWGqbs-Y
대통령도 국민이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임기 중이라도 자리에서 비켜 나야 하고 임기가 끝나면 재임 중 구속되지 아니하던 특권도 사라진다. 
체희는 어릴 때 식성이 좋아 돼지야 하고 부르곤 했다. 돼지 돈豚을 두터울 돈敦으로 바꾸어 돈희라고 짓고 보니 돈만 밝히는 속물로 놀림감이 될 듯하여 생각을 고쳤다. 돼지 시豕를 시 시詩 로 바꾸어 시희로 지어 보았다. 이 고장 사람들은 형님을 성님, 형수를 성수라고 부르고 현로는 선로로 적었다. 이현로나 이선로는 동일인이고 윤보현이나 윤보선은 같은 사람이었다. 희망을 시망, 고희를 고시라고 말하면 시희는 시시? 돼지 체彘를 살필 체諦로 바꾸어 체희에 낙점이 떨어졌다. 
무슨 체 자인가요?
말씀 언言에 임금 제帝를 쓴 체諦입니다. 
아랍어 문자가 모음은 a, u, i 셋 뿐으로 ㅗ와 ㅜ를 구별하지 않아  욘 포세의 '욘'이나 윤 보선의 '윤'이 표기가 같아 '욘 포세'는 '윤 포세'와 구별이 안 되고 '욘 보선'은 '윤 보선'과 구별이 안 되었다. 공개 석상에서는 '욘 포세', '윤 보선' 딕숑(딕션)이라도 한 듯이 구별해 발음했다. '욘 포세'를 '폰 브라운'에 이끌려 인어같이 '폰 요세'라고 잘못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형사 2: 검사가 받아두라고 해서 참고인(인어)의 진술서를 작성했습니다. 검사가 읽어 보지도 않을 것이고 대수롭지 않으니 그대로 서명하고 그냥 넘어갑시다.
인어는 2의 제안에 기가 눌려 서명을 끝내고 강력계 방을 서둘러 나와 쇄골을 올리며 숨을 쉬었다.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새로 왔다. 진술서 오자를 바로잡아 달라고 경찰서에 민원을 내러 갔다. 민원실 방명록에 이름과 민원을 요약해 적었다. 민원실 여경으로부터 2의 윗사람 3에게 가보라고 안내를 받았다. 강력계 옆 방에서 3은 통화 중이었다.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 상대가 말대꾸를 하고 있는지 3은 상대방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그 상관에 그 부하였다. 
Like Master, Like Servant
강력계 옆 방을 빠져 나왔다. 달포가 지났을까. 잊고 있던 민원 처리가 잘 되었는지 민원실에서 연락이 왔다. 민원이 끝났다고 말했다. 나중에 디지털 처리를 하고 검색에서는 ㅔ와 ㅐ 구별을 하고 오자를 오자가 아니라고 볼 것이다.  AI가 ㅐ를 ㅔ가 아닌지 되물을지도 모른다.

고문을 받고 쓴 자필 진술서도 겉보기에는 인간적 체온이  차 있다. 진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 일어난 과정을 밝혀서 쓰는 시말서다. 받아쓰기 한 진술서는 출력물과 다를 게 없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사는 곳은 어디라고 입말로 하지, 주거지는 어디라고 글말로 하지 않는다. 
경찰 지인 4는 버릇이 되어 주거지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4가 물었다. 
4: [요즘] 주거지는?
초등학교 3년을 다니다가 말고 경운기 같은 농기구 수리를 하는 22살 청년 3이 자필 진술서를 쓰며 4처럼 주거지 어디에서 일한다고 글말로 쓰지 않는다. 주거지 비슷한 단어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올까.

초등학교 4~6학년 국어 교과서 어휘 연구가 있다.  어휘를 보기 편하게 열 개씩 묶었다.
상위빈도 100어는 다음과 같다. (( )안은 빈 도, *는 형식명사, ~는 수량명사)   

것*(727)・나(606)・사람(394)・수*(323)・우리(315)・때(211)・너(176)・마음(158)・말(話,144)・집(132)・

일*(131)・글(130)・아이(123)・날(119)・무엇(117)・소리(117)・때문*(116)・엄마(110)・~년(99)・친구(98)・

눈(目,98)・할아버지(96)・책(93)・저(1인칭,92)・생각(92)・어머니(90)・동물(86)・아버지(80)・나라(80)・그림(78)・

속(76)・곳(73)・말(馬,73)・손(73)・그것(71)・자신(自身,71)・꿈(70)・앞(69)・누구(68)・할머니(67)・

하나(66)・학교(66)・물(66)・~개(64)・뒤(空間,62)・나무(61)・지금(60)・모습(59)・위(58)・자기(56)・

헬렌(인명,56)・일(56)・가족(55)・종이할머니(53)・켈러선생님(53)・여기(52)・아빠(52)・아침(51)・사라(인명,51)・선생님(51)・

이야기(51)・윌버(돼지,51)・이것(50)・힘(50)・인간(50)・허련(인명,50)・돈(50)・하늘(50)・밖(48)・추사선생(48)・

몸(47)・그때(46)・우리나라(46)・숲(46)・잎(46)・시간(44)・어디(44)・상수리(인명,44)・우봉(인명,44)・고개(首,44)・

얼굴 (44)・전(時間,43)・한글(43)・데*(42)・줄*(41)・오늘(41)・모양(41)・진진(인명,41)・동생(41)・~번(40)・

세상(40)・ 입(40)・안(空間,39)・슐로츠할아버지(39)・옷(39)・뒤(時間,38)・모두(38)・남(타인,38)・종이(38)・학생(37)
《2022년 현재 사용 중인 한・일 초등학교 4~6학년 국어 교과서 어휘 연구》(이미숙, 2022: 8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813915 

청년 3이 쓴 진술서에는 집, 일하는 곳, 학교, 숲 같은 단어가 어울린다. 3은 주거지가 어디라고 밝혔다. 경찰이 으레 사용하는 '주거지'라는 용어를 썼다. 고문을 겪은 3이 살기 위해 경찰이 불러 주는 대로 진술서를 받아 썼다. 진술서의 글씨 자간 거리가 서로 떨어져 있다. 이것은 상대(고문 경찰)와 거리를 두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다. 검사나 판사가 3이 쓴 진술서에 낯익은 '주거지' 직업 용어가 보여도 '이때' 빼고 단어 자간이 벌어져 이상해도 거르지 않고 물증을 믿어 3은 무기징역을 받았다. 3의 친구 형이 스스로 진범이라고 밝혀 3이 무죄로 누명을 벗기까지 무기수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되고 만기 출소를 앞두고 가석방된 3이 죄 없음을 믿어 주고 재워주고 먹여 주고 재심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준 수도자 출신 여성이 있었다. 3은 인간 승리로 방송을 타고 이십 년 가까운 징역을 산 보상금을 쪼개 뜻 맞는 지인들과 함께 불우 청소년 장학 재단을 만들고 이사 중 한 명이 되었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 준 변호사를 감사 중 한 분으로 모셨다.

옥중 3이 죄 없음을 믿어 주고 3이 자격증을 따고 검정고시 공부를 하도록 이끌어준 교도관은 법무부 우수 인권 공무원 표창장을 받았다. 
윤성여 씨 글씨. 1988년 경찰 고문을 받고 쓴 이름.
윤성여 씨 글씨. 2020년 재심에서 무죄가 되고 쓴 이름.
30년 후 무죄로 누명을 벗고 나라로부터 사죄와 보상금을 받은 뒤 글씨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30년 전은 글씨가 뭉쳐 있어서 고문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고 자존심이 회복된 것은 ㅓ의 - 획이 기둥 ㅣ 가운데를 기준으로 올라가고 곡선미로 알 수 있다. ㄴ은 아래로 내려온 변화가 보여 자선할 여유를 보여준다. ㅅ을 천천히 나누어 쓴 것에서 빨리 이어 쓴 것은 두뇌 회전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인어는 도움을 청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6이라는 사람이었다.
6: 안녕하세요 
내 사랑스런 친구 
여기서 만나서 반가워요
인어: 누구셔요?
6: 여기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의 이름은 마이클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신은 한국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습니까?
인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6: 나는 나쁜 사람이 아녜요 
당신을 사냥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단지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길 원합니다 
괜찮으시다면 당신은 한국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습니까?
인어: 필요한 것을 말해 보세요. 사업 파트너인가요?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는 알아봐 줄 수 있어요. 비용은 발생합니다. 한국 법이 까다롭고 규제가 심해서 잘 판단해야 합니다.
6: 당신은 아름답고 완벽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한국인들은 친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을 매우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당신은 현재 결혼을 했습니까? 
아니면 아이가 있습니까?
인어: 개인 프라이버시는 묻지 마시고 사업 이야기를 하셔요.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6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수상한 6의 글은 마침표를 찍지 않는 특징이 보였다. 6에 욕을 하는 지인 7이 귀띔했다.
7: 로맨스 스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맨스와 스캠(기업의 이메일 정보를 해킹해 무역 거래 대금을 가로채는 온라인 사기 수법)의 합성어.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652262&cid=43667&categoryId=43667
 
6의 속셈이 보인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녜요 
6은 나쁜 사람이다.
당신을 사냥하고 싶지 않습니다 
6은 사냥하고 싶어 한다.
나는 단지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길 원합니다 
6은 단지 자기에게 좋은 먹이가 되길 원한다.

구청 건물에서 수 년 전보다 반 나마 방 넓이가 작아진 종합자료실은 도서관 공간을 늘리기 위해 벽돌책 중에 일부는 비워냈다. 한국토지공사에서 구청에 기증한 지명 이야기 책은 지명 연구에 도움이 되는 책인데 구청이 돈 주고 구입하지 않아 도서 구입비 감사의 사각지대인지 중고도서 책방으로 흘러 들어가 '구청종합자료실' 도장이 찍힌 채 중고도서 책방 서가에 꽂혀 있다.  인어가 이 책을 보려면 왕복 두 시간 걸려 다녀 와야 한다. 책 나눔 결재를 해 준 구청 간부가 원망스러웠다. 인기 도서는 이 사람 저 사람 찾는 사람이 많아 사들였다. 화제작 책 구입은 쉽게 결재가 났다. 베스트셀러는 도서관에 있다고 보아도 된다. 인어는 《재벌집 막내아들》(2022)을 빌려 와 보기 시작했다.(계속)


🐮 🐄 🥛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얼룩소 시작하기

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1.1K
팔로워 251
팔로잉 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