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혁명읽는사람 님의 글에 대해서는 별로 커멘트하고 싶은 내용이 없다.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이를 논하기엔 공부도 부족하고 뚜렷한 의견이 잡힌 것도 아직 없다.
흥미롭다는 것은, 민주주의에는 모두 동의를 하면서도 민주주의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다른 생각들이 있다는 것의 한 사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공부를 해 보고 싶은 주제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라인란트 님의 글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어서이다.
흥미롭다는 것은, 민주주의에는 모두 동의를 하면서도 민주주의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다른 생각들이 있다는 것의 한 사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면서 계속 공부를 해 보고 싶은 주제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라인란트 님의 글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어서이다.
일단 이 사단을 낳은 원흉은 전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나는 연동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그래도 그렇지 너무 만물을 네가 싫어하는 것과 연결짓는 것 아니냐고?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례대표 10% 지지율을 얻은 당은 곧 국회에서도 10% 의석률을 얻어야 한다!'면서 '민심 그대로 선거제'라는 별명을 붙이곤 했다. 그랬던 분들이 일관성 있게 조국혁신당이 60석 이상의 의석을 얻는 것이 '민심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계실지 심히 의문이다.
간단한 반론을 할 수 있다. 어차피 양당이 다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제3당의 지역구 획득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석 배분 방식은 병립형과 전혀 다를 게 없어져 연동형 비례의 취지는 무색해진 상황인데, 그럼 병립형이더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의 정당지지율이 7%이다. 반면, 비례대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하는 비율은 26.8%이다. 서로 여론조사 날짜도 다르고 기관도 다르지만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수치라고 전제하고 이야기를 해 보자. 정당지지율보다 비례대표 득표율이 높으니 왜곡이라고 할 수 있을까?
300 * 7%면 21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21석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조국혁신당에게 안겨주지는 못한다. 다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라서 라인란트 님 주장대로 위성정당이 존재하지 않아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이 ...
300 * 7%면 21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21석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조국혁신당에게 안겨주지는 못한다. 다만 병립형 비례대표제라서 라인란트 님 주장대로 위성정당이 존재하지 않아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국혁신당이 ...
궁금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배우고자 노력하고, 깨달아지는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공감을 구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라인란트 짧은 시간에 상세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1.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병립형 제도에서 받을 수 있는 의석 수보다 많이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소수정당에게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말씀 같은데, 연동형 지지 입장에서 보자면 지지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받지 못하니 불공정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가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율인 26%가 아니라 정당지지율 7%를 갖고 계산을 했습니다. '10%의 지지율을 받는 정당이 10%의 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명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가 필요한 것 같은데, 말씀하신 이야기의 메인이 연비제는 아니니까 여기에서 자세하게 얘기하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2. 저도 장예찬 공천 배제는 반대합니다. 양문석의 경우는 이제 와서 공천 배제를 시키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선거에서 당연히 언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3. 유권자의 선택이나 여론이 다 옳다고 인정해 버리면 정치 평론이 의미가 없겠죠. 전 다만 예전에 라인란트 님의 글에서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원들의 의사가 표현된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이 많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주장을 하신 것은 아닐 것인데, 그런 뉘앙스를 느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1.
글에서 하려는 이야기의 메인이 연비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았는데 제가 말을 너무 생략한 것 같네요. 혁명읽는사람님의 원본 게시물에 달았던 댓글 일부를 옮겨 갈음하겠습니다.
"과연 비례대표 득표율이 '진짜 그 정당의 지지율'이라는 전제가 옳을까요? 설령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더민주연합보다 높게 나온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층의 과반이 조국혁신당이 제1야당이 되길 바란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그들은 조국혁신당이 제한된 숫자의 비례대표 의석만을 획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그 전제 하에서 민주당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조국혁신당에 투표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때 정의당 등에서 만연했던 '우리가 소선거구제 때문에 부당한 피해를 본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비례 득표율이 잘 나가던 시절 10%에 육박했다지만 그 유권자의 대부분은 정의당에게 수십 석을 안겨주고 싶었다기보다 현실적으로 정의당이 의미있는 의석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그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확대하라'는 호의를 베푼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서툰댄서 님이 그런 류의 유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으나 일단 저는 정확히 똑같진 않아도 그런 느낌('막 살았다', '거칠다')의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이 부분은 각자의 주관적인 경험의 영역이니 넘어가겠습니다.
'품성론'을 '보수적'인 가치관이라고 표현한 것에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재명이 됐건 장예찬이 됐건 양문석이 됐건 2024년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인격'은 물론 그의 위치와 견주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중앙정계로부터 멀었던 한참 전의 언행에 대해 지금 중앙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것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어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실질적으로 피선거권을 가진 사람들을 줄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제 우려점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인터넷에 악플이나 욕설 한 번도 한 적 없는 성인군자...들만 정치인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장삼이사 중에 현실적으로 그런 '품성론'의 잣대를 다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현실적으로 '절대 악플 안 다는 성인군자'는 거의 없고 그보다는 '젊어서부터 철저히 관리한 정치인 유망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 관련해서는 여기 따로 썼습니다. https://alook.so/posts/RGtqK19
3.
조국신당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들이 국회에 등원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정당한' 일이겠으나, 그 사실이 '조국신당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를 갖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고 했을 때 제가 그 다수 여론이 틀렸으니까 야당이 이길 수 있는 다른 제도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소리지만, 그것이 그 '다수 여론'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라인란트 짧은 시간에 상세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1.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병립형 제도에서 받을 수 있는 의석 수보다 많이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소수정당에게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말씀 같은데, 연동형 지지 입장에서 보자면 지지율에 비례하는 의석수를 받지 못하니 불공정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가 조국혁신당의 비례정당 지지율인 26%가 아니라 정당지지율 7%를 갖고 계산을 했습니다. '10%의 지지율을 받는 정당이 10%의 의석을 가져야 한다'는 명제가 옳은지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가 필요한 것 같은데, 말씀하신 이야기의 메인이 연비제는 아니니까 여기에서 자세하게 얘기하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2. 저도 장예찬 공천 배제는 반대합니다. 양문석의 경우는 이제 와서 공천 배제를 시키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선거에서 당연히 언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3. 유권자의 선택이나 여론이 다 옳다고 인정해 버리면 정치 평론이 의미가 없겠죠. 전 다만 예전에 라인란트 님의 글에서 민주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당원들의 의사가 표현된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하시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이 많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주장을 하신 것은 아닐 것인데, 그런 뉘앙스를 느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1.
글에서 하려는 이야기의 메인이 연비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았는데 제가 말을 너무 생략한 것 같네요. 혁명읽는사람님의 원본 게시물에 달았던 댓글 일부를 옮겨 갈음하겠습니다.
"과연 비례대표 득표율이 '진짜 그 정당의 지지율'이라는 전제가 옳을까요? 설령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이 더민주연합보다 높게 나온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층의 과반이 조국혁신당이 제1야당이 되길 바란다고 해석하는 건 과도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그들은 조국혁신당이 제한된 숫자의 비례대표 의석만을 획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그 전제 하에서 민주당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조국혁신당에 투표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때 정의당 등에서 만연했던 '우리가 소선거구제 때문에 부당한 피해를 본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비례 득표율이 잘 나가던 시절 10%에 육박했다지만 그 유권자의 대부분은 정의당에게 수십 석을 안겨주고 싶었다기보다 현실적으로 정의당이 의미있는 의석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그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확대하라'는 호의를 베푼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서툰댄서 님이 그런 류의 유권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으나 일단 저는 정확히 똑같진 않아도 그런 느낌('막 살았다', '거칠다')의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이 부분은 각자의 주관적인 경험의 영역이니 넘어가겠습니다.
'품성론'을 '보수적'인 가치관이라고 표현한 것에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재명이 됐건 장예찬이 됐건 양문석이 됐건 2024년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인격'은 물론 그의 위치와 견주어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중앙정계로부터 멀었던 한참 전의 언행에 대해 지금 중앙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것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어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실질적으로 피선거권을 가진 사람들을 줄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제 우려점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인터넷에 악플이나 욕설 한 번도 한 적 없는 성인군자...들만 정치인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장삼이사 중에 현실적으로 그런 '품성론'의 잣대를 다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현실적으로 '절대 악플 안 다는 성인군자'는 거의 없고 그보다는 '젊어서부터 철저히 관리한 정치인 유망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 관련해서는 여기 따로 썼습니다. https://alook.so/posts/RGtqK19
3.
조국신당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그들이 국회에 등원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정당한' 일이겠으나, 그 사실이 '조국신당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를 갖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한다고 했을 때 제가 그 다수 여론이 틀렸으니까 야당이 이길 수 있는 다른 제도를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소리지만, 그것이 그 '다수 여론'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