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출판과 웹소설 (3) - 도서대여점의 시대

이문영
이문영 인증된 계정 · 초록불의 잡학다식
2024/03/24
5. 도서대여점이 견인한 장르소설 시장
   
도서대여점은 1980년대 말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아파트 단지를 도는 이동도서차였는데 점차 매장을 빌려서 책을 빌려주는 도서대여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소설책 한 권을 빌려보는데 4백 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그 수도 많지 않았다. 아직 장르소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이었던 것이다.
흔한 도서대여점 모습 (아시아경제)
그러다 1993년경부터 확대되기 시작하고 체인점들도 발생하는 등 도서대여점이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1994년이 되면 전국에 적게는 2천에서 많게는 1만여 점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불행히도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97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1996년에 11,223곳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보다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1996년에 소설책 대여 비용은 700원 정도로 인상이 되었다. 도서대여점의 확산과 더불어 출판사와 서점의 불만이 치솟기 시작했다. 도서대여점이란 책 한 권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빌려보는 시스템이었으니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아도 출판사나 저자에게 금전적 이득이 생기지는 않았다.

급기야 대형출판사들은 도서대여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선언은 그야말로 선언일 수밖에 없었다. 공급라인을 끊어봐야 인기 있는 책을 도서대여점주가 일반 서점에서 구매한 뒤 대여를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도서대여점에는 대중소설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원호의 <밤의 대통령>(친구, 1992), 홍재규의 <야인>(다나, 1993), 이진수의 <뺑기통>(밝은세상, 1995) 같은 책들이 대표적인 책이다. 

도서대여점의 증가와 더불어 상투적인 도서대여점 비방도 같이 일어났다. 도서대여점 때문에 책이 안 팔려서 출판사와 작가가 곤경에 처했다라든가, 저질 싸구려 대중소설이 해악을 끼친다라든가.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만 판매...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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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이글루스에서 사이비•유사역사학들의 주장이 왜 잘못인지 설명해온 초록불입니다. 역사학 관련 글을 모아서 <유사역사학 비판>, <우리가 오해한 한국사>와 같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를 시민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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