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당신이 궁금해도, 눈을 감을게
2024/03/21
그 어느 영화보다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셧>. 이 영화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재미있게 해석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즈 와이드 셧>의 후반부에는 빅터가 '이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시퀀스가 펼쳐진다. 이 시퀀스는 주인공인 빌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 해설처럼 삽입되는 시퀀스이지만,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 시퀀스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빅터와 빌의 대화만으로 구성된 이 시퀀스는 꽤 수다스럽고 설명적이어서 관객들을 조금 질리게 만들지만,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방식과는 별개로 이 시퀀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꼭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빅터가 말한 이 게임의 주최자, 설계자를 외부 세력이라고 가정한다면 <아이즈 와이드 셧>은 거대한 음모론 영화가 되지만, 이 게임을 자아-초자아-이드의 관계가 대립하는, 플레이어도 설계자도 모두 빌인 게임이라고 상정한다면 영화는 조금 더 다른 차원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후자의 해석을 지지하고자 한다.
설명을 이어나가기에 앞서, 정신분석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을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이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순서대로 이드는 본능적인 욕망과 욕구의 저장소, 자아는 이드의 욕망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타협하는 중재자, 초자아는 도덕적 완성과 자아 이상을 추구하도록 평가하고 비판하는 심판관을 담당한다.
그러니까 거칠게 정리하자면 <아이즈 와이드 셧>은 한 남자가 이 셋의 사이를 오가며 벌어지는 하룻밤 악몽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는데, 이 악몽의 근원지는 순결하고 정숙하다고 믿었던 아내 앨리스의 고백이다. 빅터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몇 해 전 여름 휴가에서 그녀를 '힐끗 보았던' 해군에게 가졌던 욕망을 털어놓는다. 동시에 그녀는 앨리스는 그를 솔직하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