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어진 시 <井邑詞>

윤린
윤린 · 방송작가
2023/10/13
달하 노피곰 도다샤... 오늘 시월의 달이 이울고 이 한줄에서 백제가 풍긴다. 퍼스트라인부터 그 노래하는 음조가 마음에 자국을 남기면서 아득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 나를 바람에 실어 그 시절로 데려다가 매어주는 느낌.  담배를 피우려고 베란다로 나가 창을 여니 폐부까지 닿는 차고  선명한 공기...

+오래전 지어진 시, 질투의 온기... 즐겨 읊조리는 옛 시가 둘 있다. 조지훈의 <사모>. 그리고 극상의 <井邑詞 >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조지훈/사모)
이 시를 처음 접하고 나는 조지훈이 어떤 이였을까가 궁금해졌는데. 상상하는데 조금은 도움을 주었던 것이 시인이 쓴 ‘시의 원리’의 한 대목에서였다.  슬픔도 이렇게 즐겁고 볼 양이면 내가 어찌 시를 떠나서 살 법이 있으랴만 이러한 고심에 비하여 시가 얼마나 초라한가는 다시 말하고 싶지 않으니 이는 끝내 내가 시인이 아니고 말아도 서러울 리 없기 때문입니다. (조지훈/시의 원리)... 대단한 자존감.

옛시가 좋다. 이유가 있어 쓸쓸하거나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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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물든 열매 너댓 개 붙은 망개 가지를 구멍난 백립 갓전에 꽂고 길을 가던 환이. 얼음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서러운 길을 가던 환이와 같은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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