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루, 소보루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7/12
 
 
 
거실 창가에서 하늘을 힐끗 쳐다봅니다. 조명을 켜지 않을 것이 분명한 하늘과 집안의 사물들은 서로 모종의 계약을 맺고 그림자를 무릎에 앉히고 뒤에서 힘껏 끌어안고 있습니다.
 
그림자는 신비로운 것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모든 사물은 딱 제 몸 만큼의 검은 털실을 지급 받습니다. 그리고 해 질녘이 되면 어디든 앉아서 기다란 코바늘로 털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빠른 손놀림으로 자기 그림자를 짜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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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정오가 지난 그림자와 어둠이 몰아치기 전에 끝내야 할 일이었으므로 늘 사물들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혀있었습니다. 사물을 어루만지면 유난히 딱딱하고 거친 부분이 그곳입니다. 사물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부분 간혹 사물을 만지는 손이 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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