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3/01/09
  앞 편에 이어집니다.  한니발, 알프스를 넘다 (I) - 폴리비오스(Polybios)의 '역사(Historia)'한니발, 알프스를 넘다 (II) - 리비우스(Livius)의 '로마사(Ab urbe condita)'가 참고입니다.

========================

  가장 첫째 단서는 폴리비우스 42절의 - 앞으로는 P42처럼 표시하겠습니다 - "바다에서 약 4일 거리에 있는 시냇물이 하나뿐인 곳을 건너 기슭을 건너기 시작했다."입니다. 당연히, 하루에 고대 군대가 갈 수 있는 거리가 문제가 됩니다. 이것도 논의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example), 보통 로마 군단의 평상시 행군 속도는 하루 20km가 표준이었다고 합니다. 반면 코끼리를 수십 마리 포함한 카르타고군은 조금 더 느렸을 수도 있죠. P50에서는 "이세르 강둑을 따라 800 스타디아(≒148km) 거리를 열흘 동안 행군"이란 말이 나옵니다. 조금 뒤에 이세르 강 주변의 지형을 볼 텐데, 비교적 평탄하고, 알로브로게스 족 병사들이 보호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갈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이 환경에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15km를 행군했다는 말이지요. 따라서 하루에 15~20km 정도를 표준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를 기점으로 론 강을 따라 약 60~80km 정도 떨어진 곳이 후보입니다.
   바다의 위치를 현 해안선을 기점으로 할 수 있다면 쉽겠지만, 2300년이 흐르는 동안 론 강의 퇴적물로 어구의 삼각주가 확장되었기 때문에, 조금 안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구글 지도에서 보듯이 삼각주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습지에 가깝기 때문에 적당히 줄여 잡으면, 아래 지도처럼 표시할 수 있겠지요.

  ▼  지도 1. 바다에서 도하점까지; '4일 거리'(60~80km)
Google Map
  론 강 서쪽을 따라 경로를 잡으면, 60km는 거의 정확히 아비뇽(Avignon), 80km는 오랑쥬(Orange) 서쪽입니다. 구글 지도는 경로도 조정할 수 있을뿐 아니라, 높이 차이와 거리를 알려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합니다.

  다음에는 도하점을 찾아야 합니다. 첫째는 P42의 "바다에서 약 4일 거리에 있는 시냇물이 하나뿐인 곳을 건너 기슭을 건너기 시작했다."와, "[기병이 건너 우회하기 위해] 그들은 강둑을 200 스타디아(=약 37km) 거슬러가 개울이 갈라지며 섬을 이루는 곳에서 멈추었다. "입니다. 그리고 강 건너편에 볼카이(Volcae) 족 상당수가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로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요약하여, 도하점의 조건은

  • 론 강이 갈라지지 않고 하나로 흐른다.
  • 건너편에 수 만 명이 넉넉히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로 공간이 있어야 한다.
  • 37km 정도 상류에 강이 갈라져서 가운데에 섬이 있다.

  아비뇽-오랑쥬 부근에서 강이 하나로 합쳐지고, 건너편에 넉넉한 공간이 있는 곳은 아래 지도 2의 녹색 화살표 1~3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상류로 올라가면서 강이 합쳐지는 곳은 붉은 색 점선 타원으로 표시한 1~3입니다.

  ▼  지도 2. 도하점 조건; 강의 합류점
출처; 구글 지도(지형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형, 특히 강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합류점 3(비비에 부근)은 가능한 도하점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아마 기병대가 강을 건넌 곳은 1과 2 아니었을까 추측할 수 있고, 그러면 2번 부근에서 도하 및 전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도에 표시했듯이 로크모르(Roquemaure) 부근이며, 거리도 대략 30~40km 사이로 적당합니다.

  다음에 나오는 지명 묘사는, P49에서 나오는 다음 구절입니다.

한니발은 4일 동안 도하점에서 꾸준히 행군하면서 인구가 많고 곡물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섬’이라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그 지역의 양쪽을 따라 흐르는 론 강과 이세르(Isère) 강이 그 지점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이 섬은] 이집트 삼각주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나일 삼각주는 나일강의 두 지류가 합쳐지는 바다가 기준선이지만, 반면에 여기서는 기준선이 사람들이 거의 오르거나 지나가기 거의 불가능하다고들 하는 산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다르다. 

  아래 지도 3은 도하점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론 강과 이세르 강의 합류점 부근을 포함합니다.

   ▼  지도 3. 도하 이후 4일간의 행군
구글 지도; 아비뇽 - 이제르 강 부근
  론 강과 다른 강의 합류점은 둘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것은 드롬 강이고, 둘째는 이제르 강입니다. 지도 2의 도하점으로 선택한 로크모르 부근부터는 각각 100km, 120km 정도의 거리입니다. 4일간 행군했다고 하니, 하루에 각각 25와 30km씩 행군한 셈인데 다소 먼 편이지요. 지도 2에서 더 북쪽 도하점을 선택해도, 거리는 각각 10km 정도밖에 줄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거리였다 볼 수는 없습니다. 당시 순찰을 나왔던 양군의 기병대끼리 전투가 벌어진 후 (P45) 마르세유 부근에 와 있던 푸블리우스 스키피오의 로마군이, "이제 로마 집정관 푸블리우스는 카르타고인들이 떠난 지 3일 만에 도하점에 도착했고"(P49) 처럼 카르타고군이 4일 걸린 거리를 서둘러 3일에 행군해 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눈치를 챈 한니발이 행군 속도를 올렸다면 어느 도하점에서 출발했건 모두 4일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문제라면 '섬'의 위치입니다. 위의 인용 둘째 문장을 다시 적으면

[이 섬은] 이집트 삼각주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나일 삼각주는 나일강의 두 지류가 합쳐지는 바다가 기준선이지만, 반면에 여기서는 기준선이 사람들이 거의 오르거나 지나가기 거의 불가능하다고들 하는 산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다르다.

  위 지도 3을 보시면 이 설명이 모순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설명에 맞는 섬의 지역은 {1}인데, 나머지 한 변이 알프스 산맥이 아니고, 강변의 평지 면적도 {2}보다 훨씬 좁습니다. 이 때문에 '섬'은 론 강과 이제르 강, 드롬 강 및 동쪽에 알프스 산맥 기슭으로 둘러싸인 {2}가 더 적합하겠지요.

  다음 문제는 알프스로 향할 때 리비우스가 말한 드롬 강과 폴리비오스가 말한 이제르 강 중 어느 편에서 출발했는지입니다. 

==== to be continued ====
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65
팔로워 311
팔로잉 42